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장관직 사의표명의 전말을 공개했다.

이날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복지부 주간점검회의 자리에서 였는데, 한 방송사가 "유 장관의 사의 표명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론 형식이었다.

복지부 공보실은 뒤늦게 `MBC 보도에 대한 복지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만들어 유 장관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다음은 유 장관의 발언록.

◇ 사의 표명 외부에 알려지기까지 = 연금개혁 법안이 부결되고 나서 밤에 혼자 의원회관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좀 했는 데 그 다음날이 바로 국무회의였다.

국무회의 중간 휴식시간에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장관 사직서를 받는 카드를 대통령님께서 검토하셔야 된다고 말씀 드렸다.

그전 사항부터 말하면, 한나라당 수정안이 가결될 수도 있고 또는 원안과 수정안이 다 부결될 수도 있다는 사항은 청와대에 이미 보고됐다.

원안이 부결되고 수정안이 통과되거나 혹은 둘 다 부결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 내에서 미리 검토가 있었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표까지 그려가지고 다니면서 같이 입법전략 숙의를 하고 했었다.

결국 원안과 수정안이 다 부결되고 기초노령연금법이 통과되는, 우리가 가정했던 6개 시나리오 중에 하나가 현실화됐다.

처음부터 확실히 가결된다고 보고한 것은 아니었고, 가결되건 부결되건 표결을 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바둑으로 치면 제한시간이 남았다고 해서 계속 시계를 봐가며 반집 끝내기를 두는 상태였기 때문에 뛰어 들어서 대마가 죽더라도 여기서 판을 거둬야 된다, 그래서 새 판을 시작해야 된다, 이런 전략적 판단 때문에 청와대에 건의했고 대통령도 표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런저런 의결상황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정부내 검토가 이미 있었다.

부결된 것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재의요구권 외에는 방법이 없고 장관이 사표를 내야 재의요구권의 위력이 배증되는 것이기 때문에 순전히 국민연금법 재처리를 위해 장관직 사퇴카드를 대통령이 쓸 것을 비서실장에게 건의했다.

목요일 비서실장님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에 직접 가서 연금법 재처리를 위해 장관직 사퇴가 필요하다는 걸 정식으로 대통령에게 보고 드려줄 것을 다시 비서실장님한테 말했다.

그래서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말해 그 다음날인 금요일 만찬을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사표수리는 못 하겠고 다만 장관 뜻이 그러니까 사의 표명한 것을 밖에다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외부에 알리게 됐다.

◇ '내 거취는 유동적..' = 지금 나의 거취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내 거취 문제는 지난번 월례조회 때 `서든 데스'라고 말했는데 진짜 서든 데스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서 종국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라는 국가 전략적 과제를 달성하는 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가 하는 것이 유일한 판단기준이다.

연금 개혁에 도움이 되면 내일이라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고 오히려 저해된다면 더 늘릴 수도 있는 것이다.

판단은 대통령에게 가 있으니 나는 그냥 이달에 끝날지 다음달까지 갈지, 그 다음달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딱 끝나는 지점까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그 시간까지는 철저하게 장관으로서 제 직분을 다하는 걸로 마음을 먹고 있고 대통령도 그걸 원하기 때문에 (복지부) 간부들과 직원들도 편히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