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인 경제개혁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중간소득의 덫'(middle income trap)에 빠져 선진국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세은(世銀)은 올해 이 지역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우리나라의 GDP 성장률도 4.4%에 그쳐 지난해보다 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동안 이뤄낸 금융위기 극복과 인상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욱 강력한 제도개혁 없이 고소득 국가로 올라설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등이 저임금 국가와 선진국 사이에 끼어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고 보면,이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올 들어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제기한 '샌드위치론'은 말할 것도 없고,민간 연구기관들이 '중진국 함정'에 갇힌 우리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우리 경제가 이미 '중진국 함정'에 빠진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4% 수준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잠재성장률,기업투자 부진,낙후된 경제 시스템 등으로 인해 선진국과의 국민소득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4%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경제성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10년 후인 2017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연구결과(현대경제연구원)도 나와 있다.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개혁 과제로 세계은행은 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 투자환경 개선과 규제 철폐,서비스산업 개방,현대적 인프라 구축,자본시장 안정 및 다변화,고급 숙련노동자 확보,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꼽았다.

하나같이 우리 경제시스템 개선과 경쟁력 제고(提高)를 위한 핵심 과제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뤄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은 무척 의의가 크다.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보다 강력한 정책과 제도개혁을 추진할 중요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방을 통한 새로운 시장개척과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제시스템의 확립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재충전하는 것만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유일한 돌파구(突破口)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