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스트라이커 양동현(울산)이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리틀 베어벡호'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양동현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F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 결승골을 뽑아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빼어난 위치 선정 감각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루하게 0-0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18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던 박주영(서울)은 아크 부분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있던 김승용(광주)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단숨에 골키퍼와 맞닥뜨렸다.

무리한 슈팅을 날리지 않은 박주영은 볼을 오른쪽으로 툭 밀어줬고 그곳에는 양동현이 버티고 있었다.

어느새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온 것. 양동현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골문을 갈랐다.

2003년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양동현은 끊임없이 부상 악몽에 시달리며 불운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프랑스 FC메츠와 스페인 바야돌리드의 유스팀에서 유럽 축구기술을 익혔지만 2004년 부상으로 이듬해 K-리그로 돌아와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입문했다.

2005년 세계청소년(U-20)월드컵을 앞두고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다시 허벅지를 다쳐 문턱에서 좌절했다.

소속팀 울산에서도 불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프로 첫 해를 거쳐 2006년에 재기를 기약했지만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13경기에서 한 골을 넣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키 186㎝에 80㎏으로 공격수로는 이상적인 체형을 가진 양동현을 올림픽 대표로 발탁했고 양동현은 감독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올림픽 대표와 친선 평가전에서 전반 인저리 타임 선제골을 터트리며 성인 대표에 올림픽 팀까지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핌 베어벡 감독을 흐뭇하게 하더니 실전인 이날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뿜어내며 베어벡 감독의 걱정과 부담을 덜어줬다.

올림픽 대표는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5차례나 더 예선을 치러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인데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양동현이 희망의 불씨를 서서히 밝히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