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23일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선임됐다.

포스코의 '2기 이구택 체제'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이 회장의 연임은 주가,영업실적,글로벌사업 등 지난 3년간의 경영성과가 뛰어난 데다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판단을 주주들이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2기 임기'를 맞아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베트남 냉·열연공장 건설,멕시코 자동차강판 공장 건설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날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주총을 열고 이달 초 CEO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이 회장의 상임이사(등기이사) 재선임 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03년 2월 유상부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 바통을 넘겨받은 이 회장은 2010년 2월까지 7년간 포스코를 이끌게 됐다.

그는 이날 주총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외 M&A에 적극 나설 의사가 있음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포스코가 해외에서 M&A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마땅한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해외 철강업체의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비(非) 철강업체에 대한 인수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철강업체가 아니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M&A 대상 업체가) 대우조선해양이라고 적시하는 것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세계 철강업계의 통합화에 대응한 한국(포스코)·중국(바오산강철)·일본(신일본제철)의 '철강 3각 동맹'에 대해 이 회장은 "아직 바오산강철로부터 요청이 없었다"면서도 "비즈니스 환경이 진전되는 것을 보고 각사의 사정을 봐가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기 임기를 시작하는 이 회장에게는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가운데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적대적 M&A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일본 신일본제철의 시가총액은 450억달러에 달하지만 포스코는 350억달러에 불과하다.

생산량이 비슷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100억달러나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며 "현재 포스코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특히 포스코의 독자 생존을 위해 △양적으로 생산량을 현재 3000만t에서 5000만t으로 끌어올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최소 70% 이상으로 높이며 △'캡티브 마인'(개발에 동참한 뒤 원료를 조달받는 광산)으로부터의 원료 조달 비율을 적어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인도제철소 건설 사업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인도제철소를 위한 토지 매입은 당초 4월에 끝낼 예정이었지만 10월에야 가능할 것 같다"며 "10월까지만 토지 매입을 완료해도 전체 공사 일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