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 `이용호게이트' 일원 김영준 금고인수 가로채
김부원장 직무관련 자료 넘기고, 신씨 돈 심부름까지
`사과상자ㆍ쇼핑백ㆍ대리전달' 단골수법 또 등장


8일 밤 발부된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의 구속영장을 통해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실태를 밝혀 주는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가장 관심을 끄는 점은 2001년 초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유모씨는 이미 당시 다른 사람에게 골드상호신용금고 경영권을 넘기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중이었으나 김 부원장의 압력으로 이를 중단하고 같은 해 2월 하순 김흥주씨와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당시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검사실시, 사후관리, 상시감시, 경영지도, 부실금고 매각 및 관련 부수업무를 총괄하는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제2금융권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었다.

김 부원장이 직무상 관리하던 금고관련 자료를 김흥주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도 영장을 통해 드러났다.

김 부원장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에 파견돼 공무원 사정업무를 담당하던 신씨를 통해 김흥주씨를 소개받았다.

김흥주씨가 인수협상을 `가로채기' 직전까지 골드뱅크측이 경영권과 지분 30.01%를 넘기려던 인물이 김대중 정부 후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김영준씨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용호 지앤지 회장과 함께 여러 사업에 관여했던 김영준씨는 삼애인더스 주가조작과 인터피온 주식 횡령, KEP전자 저가 매각 등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하던 `이용호 캠프'의 일원인 김영준씨가 골드금고 인수 작업을 벌이다가 김흥주씨에게 `가로채인' 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용호 백' 보다 `김흥주 백'이 오히려 더 세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흥주씨가 당시 정권 실세 상당수와 매우 긴밀한 관계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김흥주씨의 당시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추진 동기가 김 부원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점도 흥미롭다.

김씨는 당시 ㈜삼주산업 등을 운영하면서 인도네시아 유전개발사업, 경기 용인시 삼가동 일대 임야 매입 등으로 인해 자금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뒤 금고 자금으로 사업자금 압박을 해소하려고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신씨가 김씨의 부탁을 받고 2001년 2월 하순과 3월 초순 2차례에 걸쳐 사과상자 2개에 든 현금 2억원과 종이쇼핑백에 든 3천만원을 김 부원장에게 전달하는 `심부름꾼' 노릇을 했다는 사실도 김 부원장의 구속영장에서 드러났다.

`뇌물은 현금으로 사과상자나 종이쇼핑백에 넣은 뒤 친분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 집이나 사무실 근처에서 대신 전달토록 한다'는 뇌물사건의 일반적 수법이 여기서도 활용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