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제재해제 선결"-힐 "공은 북한에"
각국 대표단 속속 도착..북미회동은 17일 열릴 듯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이 16일 회담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속속 도착했다.

특히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대표가 베이징 도착 일성으로 '대북 제재해제 선결'을 주장하고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경유지인 일본에서 "공은 북한에 있다"고 밝히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북한 김 부상은 이날 오전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폐기 용의와 관련, "우리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또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평화공존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 전망에 언급,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고 밝히고 "지난번 베이징 조(북)미접촉에서 미국에 우리의 요구를 이야기했으며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고 돌아갔다"면서 "(그래서) 토의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미국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핵무기 보유에 대한 불가피성을 되풀이했으나 "9.19 공동성명에 나와 있는 다른 공약들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유지인 일본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의 목적은 대화가 아니라 9.19 공동성명에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는데 있다"면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오는 18일 재개되는 6자회담에 앞서 북한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고 밝혀 양자접촉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힐 차관보는 17일 낮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따라서 북.미 또는 북.미.중 회동은 17일 오후에나 성사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영우(千英于)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천 본부장은 이번 회담에 언급, "지난 13개월간 상황이 악화될대로 악화됐기에 이번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9.19 공동성명이라는 지향점이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반전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는 각 대표단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수석으로 하는 일본 대표단은 미국 대표단과 함께 17일 중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도 같은 날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16일 저녁 남북 수석대표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 "오늘 밤은 각국 대표단이 각자의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면서 "남북회동은 물론 북중간 회동도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가 현지에 도착하는 17일 오후 이후 현장 상황에 따라 북미회동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회동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우탁 조준형 기자 lwt@yna.co.kr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