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계획된 여행은 재미 없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아주 잠시만이라도 계획 따윈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방랑해보자. 1년 365일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프랑스 남부의 코트다쥐르 지방은 무계획한 여행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어딜 가나 여행자의 넋을 쑥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감청색으로 빛나는 코트다쥐르 해안을 따라 차를 몰고 달리는 즐거움,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쾌감이 아닐까.

▶레드카펫의 도시 칸

코트다쥐르의 대표 도시는 '니스'이다.

하지만 니스는 그 과장된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운 도시다.

관광객이 득실대는 구시가지는 우중충하고,초호화 호텔이 늘어선 해변은 칸만 못하다.

코트다쥐르의 화려한 해변을 기대했다면 니스보다는 칸느로 가야 한다.

3~4만원가량 내면 호텔에서 운영하는 해변에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가 비싸긴 하지만 전 세계의 부자들과 나란히 누워 웨이터에게 서빙을 받으며 선탠을 즐기는 경험은 그 값어치를 한다.

칸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철가면이 갇혀 있던 생트 마그리트 섬에 갈 수 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해변 마을 앙티브

니스와 칸 사이에 위치한 앙티브는 외지인보다 현지인들에게 더 각광받는 지중해의 명소다.

옛 로마의 항구였던 이곳에는 중세의 성벽이 상당 부분 남아 있어 독특한 느낌을 더해준다.

앙티브의 아름다움에 반한 피카소가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환상적인 경관을 뽐내는 등대에 가면 왜 프랑스의 부호들이 이곳에 집을 사기 위해 안달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연예인들의 놀이터 생트 로페즈

칸에서 엑상프로방스 지방을 향해 서쪽으로 가다보면 조그만 항구마을 생트 로페즈가 나타난다.

중세 항구의 매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생트 로페즈는 1950년대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가 머물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오늘날에는 연예인이 몰려드는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이 지역 명물인 바빌로스 호텔의 클럽은 브루스 윌리스,조지 클루니,조니 뎁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테이블 차지가 30만원이 넘고(최고 10명 착석 가능) 복장 규정이 매우 까다롭지만 젊은이들이 늘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마을 정상의 시타델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어서 잠시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산꼭대기 요새마을 에즈

니스에서 모나코 방면으로 이어지는 절벽 꼭대기에 에즈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중세 시절 적들의 침략을 피해 세워진 이곳은 마을 전체가 여러 겹의 원형으로 설계되어 있어 문을 모두 닫으면 요새가 되는 특이한 구조를 자랑한다.

돌로 만든 비좁은 골목길,나무를 깎아 만든 간판,깜찍한 가게들이 너무나 정겨워 근래에는 신혼부부들에게도 큰 인기를 끄는 관광지다.

벼랑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카페에 가면 푸른 지중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여행작가 박범진('굴러라 유럽' 저자) pineapple@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