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 신호탄(?)..이라크-북핵정책 변화 예상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11.7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12년만에 상하 양원은 물론 주지사 선거까지 압승을 거둔데 대한 첫 조치이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직전 럼즈펠드의 경질 문제가 핵심이슈가 됐을 때 "그와 임기를 같이하겠다"는 강력한 뜻을 밝힌 터여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부시 대통령이 그럼에도 럼즈펠드 경질쪽으로 급선회한 데는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성난 민심을 읽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시종 이라크전이 핵심 이슈가 됐고, 민주당은 '이라크 카드' 하나로 사실상 승리를 엮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이미 2천800여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게다가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 낸 민주당측이 이라크전을 최대 이슈로 삼을 것을 분명히한 데다 미 언론들도 럼즈펠드의 사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조짐을 보이자 럼즈펠드 경질을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승리의 주역 중 한명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승리직후 "부시 대통령에게 재앙의 길을 계속 갈수는 없으며 이라크에서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을 얘기하려 한다"고 강조, 부시를 압박했다.

일단 부시 대통령의 이번 '럼즈펠드 경질카드'는 선거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고 위기에 빠진 국정을 일대 쇄신하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사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혀 국정쇄신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이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국정을 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주요 법안 처리는 물론 연방직 공무원 임명까지도 민주당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해진다.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난 2000년 취임 이후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민주당 눈치보기'가 급선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시는 일단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럼즈펠드 경질 카드'로 대체하고, 이를 통해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찌됐던 부시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밝힌 것은 이라크전과 대북 정책 등 대외정책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럼즈펠드 경질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그간 강경일변도 대외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국민의 최대 관심은 역시 대이라크 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초래될 것이냐에 있다. 이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노선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다소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미군을 철수하는 일만 없으면 테러와의 전쟁의 핵인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부시는 이번 선거결과를 토대로 이라크전 전략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할 개연성이 높다.

지금 당장 철수하기는 힘들어도 조기 철군이나 감군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이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 및 재배치, 전시작전권 환수문제, 북핵문제 대응 등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대 한반도 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면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 등 국방부내 대 한반도 강경책을 주도했던 '매파'들이 동시 퇴장할 가능성도 있어 한미는 물론 북미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민주당 톰 랜토스 의원은 이날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견해를 존중하며 모든 이들과 직접 대화를 약속한다"며 북한및 이란과의 직접대화를 촉구하면서 양국 방문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당장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강경파의 대부격인 딕 체니 부통령에 대한 신임을 계속 유지했고, 이라크 정책에 대한 실책을 간접 시인하면서도 "우리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랜토스 의원도 "미국의 외교정책은 카약이 아닌 전함과 같은 것"이라며 "갑작스런 변화는 없을 것이며 민주,공화 양당은 기본적으로 같은 목표들을 갖고 있다"고 강조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