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수많은 어려움과 외부의 도전을 이겨내는 아버지를 보면서 일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가족경영을 통해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는 업(業)에 대한 열정이 밀레 성공신화의 비결이다."

세계적인 명품 가전 회사인 독일 밀레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인 라인하르트 진칸 회장(47)은 7일 서울 강남구 밀레코리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밀레 한국법인(밀레코리아)의 새 전시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독일의 대표적인 가족기업인 밀레의 공동창업자 라인하르트 진칸의 증손자다.

현재 그는 밀레를 함께 창업한 밀레가(家)의 마르쿠스 밀레와 공동으로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진칸 회장은 먼저 '왜 밀레가 가족경영을 고수하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밀레는 그동안 4세대에 걸쳐 밀레가(家)와 진칸가(家) 등 두 가문이 공동으로 가족경영을 해 오면서 강한 결집력으로 온갖 도전을 극복해낼 수 있었다"며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경영진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극복했고 3세대는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밀레는) 가족경영을 고수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불안정한 외부 자금을 끌어오지 않고서도 안정적인 자금 운용과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경영을 함으로써 전문경영인 체제에 비해 회사 규모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진칸 회장은 특히 가족경영의 장점으로 '일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밀레의 경영자들은 항상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통을 세대를 이어 전수해왔다"며 "나와 공동회장인 마르쿠스 밀레도 선대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보면서 지금의 밀레를 유지할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칸 회장은 가족경영 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가족경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족 구성원끼리 분열하면 회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이는 가족 내 의사 결정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밀레의 경우 중요한 투자 사안이 있을 때는 세 명의 비(非) 가족 출신 전문경영인과 3∼4차례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밀레)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경영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자격 없는 후계자가 가업을 이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격 심사만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진칸 회장은 "밀레의 경우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다른 회사에서 3∼4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두 가문의 공동 심사를 치르는 등 철저한 과정을 거친다"며 "나 역시 청년 시절에 BMW에서 4년 정도 근무하고 나서야 경영권을 맡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철저한 사전 교육과 실무경험만 갖춘다면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