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源峻 < 액센츄어코리아 부사장 won-joon.lee@accenture.com >

"혁신은 번득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정규업무로 인식돼야 한다."

기업의 경영진과 변화와 혁신의 실행방안을 이야기할 때 내가 종종 인용하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변화와 혁신의 실행에는 명확한 비전 및 전략수립이 우선돼야 하며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 역시 성공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다.

비전은 미래의 관점에서 자사와 고객 및 경쟁자가 바라볼 우리의 모습인 동시에 구성원의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푯대다.

기업의 전략이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방향성이며 아이디어다.

최근의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저서들은 공통적으로 최고의 기업에는 그들만의 몇 가지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어디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를 명확히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전략적 방향성을 결정하기까지 끊임없이 시장을 탐구하고 예측했으며,중요한 점은 전략적 예측이 대부분 실현됐다는 것이다.

제갈량이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점은 깊은 통찰력과 그 예측이 빗나간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경쟁자와 확연히 차별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어떤 프로세스로 흘러들어가고 누구에게 할당(割當)돼야 하는지,그 능력이 성과로 어떻게 연결될지,기대 성과는 무엇일지에 대한 알고리즘이 있었다.

어떤 싸움에 관우를 보내고,어떤 싸움에는 장비를 보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기업 전반에 걸친 공유 문화가 있고 구성원은 변화와 성과에 대한 의욕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즉 성과지향적 '아나토미'(anatomy)가 있었다.

그들은 성과가 좋은 경우에도 의사결정이 적시(適時)에 효과적으로 실행되었는지,더 낳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 다시 전략과 실행에 반영하고 있다.

며칠 전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서울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시장과 토의하고 조언하는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연례총회'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최적의 기업도시 서울'이라는 주제와 함께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와 가치 있는 실행방안들이 토의됐다.

섹시한 정책의 나열보다 세부적이고 명확한 미래지향적 전략수립에 10년 이상 투자했다는 두바이 국제금융공사 사장의 기조연설은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폐회(閉會)를 보며 다음 단계로 서울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토의된 정책을 바탕으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서울시민과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성원에게 비전을 설명해 5분 이내에 이해와 흥미를 끌지 못하면 아직 이 단계를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존 코터 교수의 말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