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전도사.."일단 쉬고 싶다"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장관직 용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전도사'로 평가받아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 이어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을 지낸 조영길(曺永吉)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4년 7월29일 국방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한 이래 2년3개월여간 장관직을 유지해왔다.

윤 장관은 역대 38대 국방장관 가운데 9번째 최장수 장관으로 23대 윤성민(尹誠敏:1982.5~1986.1) 장관 이후 20년간 재임기간이 가장 긴 장관으로 기록됐다.

해군중장 출신으로 대통령 국방보좌관을 거쳐 거대 국방조직의 총수를 맡은 그는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아래 비교적 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군 개혁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장관이 취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국방개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첨단.정예화군을 지향한 `국방개혁 2020'과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합의, 방위사업청 출범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방개혁 2020의 법제화 차원에서 발의된 국방개혁기본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고 무기조달 및 방산업무를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은 올해 1월 공식 출범했다.

또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꿋꿋이 추진한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환수 시기도 지난 20일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미측과 전격 합의함으로써 큰 가닥을 잡았다.

윤 장관은 이 밖에도 육.해.공군간 3군 균형발전, 국방본부에 대한 문민화, 군검찰 및 군사법원의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군사법체제 개선 등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2008년까지 1만2천500명 감축), 반환예정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문제 등 껄끄러운 문제들을 조정해왔다.

그러나 윤 장관이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팎의 논란과 저항도 적지 않았다.

병력규모를 2020년까지 현 69만명 수준에서 50만명으로 줄이는 국방개혁 2020은 물론,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방위사업청 출범 등에서 격한 논란이 벌어졌고 특히 전시 작통권의 경우 국론분열 양상까지 보였던 게 사실이다.

논란거리가 많았던 만큼 윤 장관의 마음고생도 그 만큼 컸다.

윤 장관은 특히 지난해 6월19일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제출돼 낙마의 위기를 맞는 등 최대 역경을 맞기도 했다.

윤 장관은 지난 7월27일 취임 2주년 기념으로 국방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그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 모든 국민의 바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당시 `취임 초기 계획했던 생각이 얼마나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50% 가량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 장관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2년3개월여 동안 장관직을 유지해온 데다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합의 등 굵직굵직한 국방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자신의 사의표명이 전해진 24일 "SCM도 끝나고 일단 쉬고 싶다"는 심경을 국방부 기자들에게 전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