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특별격려금 지급과 관련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징계조치를 받았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오늘 최장봉 사장을 비롯한 8명의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보위원회를 개최하고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임원 1명에게 경고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황영기 행장에 대한 이른바 '군기잡기'라는 둥, 내년 우리은행장 후임을 두고 벌써부터 K모씨와 J모씨를 낙점하기 위한 헤게모니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론적인 사실과 논리적인 이론을 두고 판단하면 예보의 결정과 주장이 모순된 자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최근 금융대전과 영업전쟁이라고 불리울 만큼 은행들의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를 통해 대형화를 추진하는 은행들의 바람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도입이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을 두고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고 정부가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행태를 바라보면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번 경고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은 은행들이 대형화를 추진하고 공격경영에 나서는 상황에 사실상 격려차원에서 지급한 성과급 지급문제를 놓고 '도덕적 해이'라는 논리 이상의 것은 없습니다.

초과성과급의 경우 지난 2005년 경영실적을 토대로 한 만큼 문제가 없지만 특별격려금의 경우 우리은행의 도덕적해이로 봐야 한다는 것이 예보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문제가 된 특별격려금도 MOU상 판매관리비용 지표를 충족하는 범위에서 지급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황영기 행장은 취임할 당시 "공적자금을 갚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우리은행도 실적을 바탕으로 1조원 이상의 순이익과 주가 상승을 이끌어 왔습니다.

황영기 행장 취임 당시 경쟁은행인 국민은행의 주가가 3만원 초반대에서 8만원 가까이 오르는 동안 우리금융의 주가도 7천원 언저리에서 2만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실적면에서나 주가적인 측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최대 그룹이자 글로벌 경영의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삼성그룹은 매년마다 성과급인 PS(이익분배)와 PI(이익성과)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이라는 삼성전자도 반도체와 정보통신, 가전, LCD부문 등 4대 부문들의 실적에 따라 PS와 PI를 달리 적용해 지급하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의 명함을 가지고도 성과분배의 차이를 두고 있다는 얘깁니다.

옛 한일은행을 다니다 개인사업을 하면서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한 고객은 기자에게 "우리은행의 서비스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을 합니다.

이유인 즉, 과거 은행의 입출금 개념에서 이제는 고객을 찾아가고 상담 하나를 하더라도 친철하게 안내해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달라졌고, 그만큼 실적을 낸다면 성과급 지급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예보는 '도덕적 해이'이상의 논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이 그렇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안된다는 논리입니다.

도덕적 해이란 공적자금을 투입받았으면서도 실적이 부실한 상태에서 무리한 성과급 지급을 했다면 마땅히 문제가 되고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MOU상 판매관리비용 지표내에서 지급한 문제까지 거론한다면 자율 경영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거론하고 경영진을 징계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입니다.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예금보험공사와 그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우수한 실적을 내는 우리은행장보다는 말 잘듣는 CEO를 원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헌재 사단으로 엘리트주의를 표방하는 황영기 행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와 재정경제부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성과의 달성 미진에 따른 문책이 아닌 이번 징계는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에서 1등 공신이던 한신이 '토사구팽'당한 것과 비슷한 의도가 짙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리딩뱅크를 꿈꾸는 국민은행과 경쟁자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도전에서 예보와 금융당국이 적당한 성과와 관리로 우리금융을 방치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예보와 재경부는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탈에,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 헐값에 매각했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년 3월로 다가온 황영기 행장의 임기 연임이 성과 부진이 아닌 퇴진이 된다면, 결국 예보와 재경부는 공적자금 회수보다는 '말 잘듣는 CEO가 더 좋다'는 일부의 시각을 반증하게 될 것입니다.

양재준기자 jjy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