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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암초 늘어선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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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 서강대 명예교수ㆍ경제학 >

    험한 항해 길에 올라 숱한 시련을 잘 견뎌 이겨낸 율리시스지만 암초가 널린 물목이 겁났다. 뱃사람의 넋을 빼앗아 난파시키려는 못된 요정 사이렌의 노래소리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선원들에게 자기 몸을 배 한가운데 돛에 단단히 밧줄로 결박하도록 했다. 사이렌의 노래가 유혹적이더라도 암초 쪽으로 배를 몰고 가지 않도록 미리 단속하기 위함이었다.

    한국경제호의 항해는 어떠한가? 근년 경제성장실적이 달성 가능한 잠재수준을 밑돌고 있다. 왜 이런가? 해외시장 사정이 나쁜 탓으로,자원부족과 높은 국제원자재 가격 탓으로 핑계 될 수 없다. 자원 부족은 지난날 권위주의정부에서도 겪었지만 1차 2차 세계적 원유파동을 극복하면서도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근래 원유 구리 등 원자재가격 폭등은 분명 악재이지만 경쟁국가들도 모두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이지 유독 한국경제만 겪는 게 아니다.

    경제의 큰 어려움은 국내에서 조성되고 있다. 바다 물밑에 널려 있는 암초가 움직여 와서가 아니라 배가 다가가 난파하기 때문에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것이 율리시스 신화의 가르침이다. 요즘 한국은 스스로 암초에 다가가고 있다.

    작은 예 하나를 들면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이다. 국책금융기관들의 고삐 풀린 예산집행이 세인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 틈에 재경부가 슬쩍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계획을 접을 속셈을 드러냈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있는 먼지,없는 먼지 모두 털겠다는 사직당국의 경직된 수사에 시달려 온 관계당국의 고충은 십분 이해된다. 그렇다고 향후 우리은행 기업은행 민영화와 산업은행 구조조정을 아예 백지화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그 경우 모든 은행들은 국책기관들과의 불평등 경쟁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결국 민간은행들조차 국책기관 시늉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체신금융도 정부에서 떼어내 민영화 조치를 해야 시종 일관된 금융자율화를 이룩할 수 있다. 그래야 금융부실화로 빚어진 97년과 같은 위기를 사전 방비할 수 있다.

    정부 스스로 암초를 만들고 있다. 대표사례는 부동산 정책에 있다. 몇 차례에 걸친 정부 부동산대책으로 얻은 것은 인기지역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는 한편 지역균형발전 등 명분으로 전국 각지에 살포한 수십조원의 자금 가운데 일부가 인기지역으로 환류되도록 물꼬를 터놓은 꼴이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의 비대칭적 압력이 축적되면 불원 시장이 폭발할 우려가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관련세의 인상은 요즘 전세가의 급등을 초래해 비주택소유의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마저 살림살이가 위협받고 있다. 서민주거생활 안정의 목표를 스스로 역행하는 조치가 서민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경제의 엔진은 어디인가? 예전처럼 정부가 아니다. 기업, 그것도 '참여정부'의 미운털 박힌 대기업의 몫이 크다. 해외에서는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이 나라의 얼굴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조그만 비리혐의가 있어도 출국금지 조치가 예사이다. 그러나 강성노조와 NGO들은 자유롭다. 노조의 불법시위 때 사직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고,최근 해외 투자유치설명회가 개최된 현지에 원정시위에 나선 약방에 감초 격인 인물들에게는 출국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홍콩 시위 원정 때는 쇠막대기도 휴대할 수 있도록 보안이 허술했다. 이만저만한 불공평이 아니다.

    율리시스는 선상반란은 겪지 않았기에 암초 물목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한·미 FTA협상의 경우 청와대 전직 및 측근인사들이 반기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통제 불능이다. 이래가지고서야 난파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은 정부의 초심을 믿고 싶다. 서민이 마음 편하고 잘 살게 하겠다는 초심이 관철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착수했던 일도 결과가 나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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