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중고자동차를 들여와 신차인 것처럼 속이고 차량을 불법개조해 인증을 통과한 수입업자와 정비업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중고차 수입업체 R사 대표인 독일인 H(52)씨와 한국계 영국인 조모(51)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조카 전모(40)씨 등 차량 수입ㆍ정비업자 등 10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H씨와 조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고 전력이 있거나 연식이 오래된 벤츠, BMW, 아우디 등을 독일 현지에서 싼 값으로 사들인 뒤 주행거리계와 관련 서류를 조작한 뒤 국내로 들여와 신차인 것처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고가격이 신품의 50% 이하로 떨어진 차량을 집중 매입해 들여온 뒤 불법 부착물을 달아 국내 배기가스 및 소음 인증을 통과하고 "독일 매장에서 전시용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주행거리가 1천km 미만인 신차"라고 구매자들을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00여대의 차량을 국내로 들여와 30∼120%의 마진을 붙여 판매해 왔으며 지금까지 경찰이 조작 여부를 확인한 17대는 모두 주행거리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였다.

H씨와 조씨는 서울 강남의 모 특급호텔에 숙소, 사무실, 전시장 등을 차려 놓고 매월 4천만원 이상을 운영 경비로 사용해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조카인 전씨 등은 외제 중고차에 소음과 배출가스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키는 흡음기와 촉매기 등을 불법 부착해 배기가스 및 소음 인증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또 판매 목적으로 고급 외제차량 6대를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R사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준 혐의로 금융감독원 수석검사역 1명에 대해 내사하고 있으며 인증검사 과정에서 불법을 묵인한 혐의로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교통환경연구소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내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중고 외제차 수입업체 100여개도 유사한 혐의가 일부 포착돼 수사중"이라며 "정치인이나 연예인 중에도 이 같은 수법에 속아 넘어가 문제 있는 차량을 구입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