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옛 애인이 만나주지 않자 인터넷에 나체사진을 올리고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대기업 사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대기업 사원 고모(30)씨는 5월 중순 8개월 동안 사귀어온 애인 A씨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다.

A씨가 자는 사이 몰래 촬영한 나체사진을 자신의 PC에 저장해놓았다가 A씨에게 이 사실을 들킨 것이 화근.
이후 고씨는 A씨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간청했으나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자신의 손목을 흉기로 자해한 뒤 피가 흐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e-메일로 보내는 등 수시로 괴롭혀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씨는 또 몰래 찍어둔 A씨의 나체사진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다른 여성의 나체사진 등을 섞어 A씨의 연락처를 첨부한 뒤 인터넷 P2P(이용자들이 직접 파일을 주고받는 통신방식) 사이트에 올려놓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하겠다'는 내용의 e-메일 협박에 시달리던 A씨는 인터넷에서 나체사진을 본 남성들이 `한번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오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8월 중순 경찰에 고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스토킹이나 나체사진 게시뿐 아니라 고씨가 A씨를 살해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고씨는 자신의 수첩에 전기충격기로 A씨를 기절시켜 차에 태운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지방의 한 야산에 파묻어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상세히 적어놓았으며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순간전압 60만볼트짜리 전기충격기를 구입하는 등 살해 도구까지 다 준비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경찰에서 "결혼할 생각까지 했던 사람인데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한 데 대한) 사과를 하고 다시 만나달라고 부탁해도 받아들여주지 않아 배신감을 느꼈다"며 "계획대로 진짜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수서경찰서는 이날 고씨를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