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이 불가능한 `딱지 상품권'을 만들어 유통시키다 적발돼 대표가 구속된 업체가 작년 게임장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로 선정되는 등 선정 과정이 극도로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과 관련해 해당기관의 총체적인 부실운영과 관리, 나아가 정치권 등의 전방위 로비가 펼쳐졌음을 사실상 입증하는 것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경찰에 따르면 개발원이 작년 3월 선정, 발표한 21개 상품권 발행사 중 H사가 올해 2월 딱지 상품권을 불법 유통시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적발돼 대표 등 2명이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 4월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1천억원 상당의 상품권 54만장을 인쇄한 뒤 이 중 20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유통시키다 적발됐다.

이들은 자산이 거의 없어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상품권을 게임장 등을 통해 유통시키면서 상품권을 전국 3천여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고 선전했으나 실제 확보한 가맹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업체는 복지 관련 단체인 것처럼 행세했으나 실제로는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유령단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이 7∼8명 정도에 불과했고 대표도 변변한 직업이 없었으며 정치인 등 유력 인사와 특별한 연관도 없었다"며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로 선정될 능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발원은 작년 3월 영세 상품권 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인증제를 도입해 회사 규모, 영업 현황, 상품권 유통성, 문화ㆍ관광산업 기여도, 상품권 관리체계와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22개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선정된 업체가 유령업체로 드러나 당시 선정 과정이 뿌리부터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업체는 이후 개발원이 22개사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 도입한 지정제 선정 과정에서는 탈락했다.

개발원은 지정제 도입 이후에도 오히려 심사를 크게 완화해 업체당 심사 시간이 불과 평균 3∼4시간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품권 발행 한도를 발행 총량이 아니라 시중 유통량 기준으로 설정해 발행사들이 상품권이 회수되는 만큼 다시 찍어 19개 업체가 발행 한도 1조183억원의 30배 가까운 30조원 이상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여전히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논란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