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미켈슨, '용호상박' 대결에 관심 집중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독주냐, 필 미켈슨의 자존심 회복이냐.
올해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이 내노라 하는 강호들이 참가하는 가운데 17일(이하 한국시간) 밤부터 나흘간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의 메디나골프장(파72.7천561야드)에서 펼쳐진다.

PGA챔피언십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하고 131명의 투어 프로와 25명의 클럽 프로들만을 불러 들여 치르는 대회로 개최지인 메디나골프장은 4개 메이저대회 중 가장 긴 7천561야드의 전장을 자랑한다.

올해 시즌 3차례 치러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주인공들이 각기 달랐기 때문에 메이저대회 우승자 중에서 PGA챔피언십 트로피를 차지한다면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선수'에 선정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따라서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우즈(미국)와 마스터스 챔피언 미켈슨(미국)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밖에 US오픈 우승자 죠프 오길비(호주)와 비제이 싱(피지)을 포함해 한국의 최경주(36.나이키골프)와 허석호(33)도 출사표를 던지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우즈-미켈슨, 최고수 가리자

지난달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포함해 올해 시즌 4승을 수확한 우즈는 이번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12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해 잭 니클로스가 가지고 있는 메이저대회 18회 우승 기록에 한발짝 다가 서겠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특히 우즈는 1999년 메디나골프장에서 열렸던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 정상 등극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 미켈슨에게도 이 대회는 양보할 수 없는 대결장이 되고 있다.

올 시즌 벨사우스클래식과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미켈슨의 PGA챔피언십 라운드당 평균 타수가 70.64타로 다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70.86타, US오픈 71.83타, 브리티시오픈 72.22타에 비해 성적이 좋다.

작년 대회에서도 미켈슨은 우즈를 2타차 공동 4위로 밀어내고 4언더파 276타로 우승한 만큼 타이틀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미켈슨이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노리는 것은 `올해의 선수'상.
미켈슨은 빼어난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즈에 밀려 PGA 투어 생활 15년 동안 한번도 이 상을 받아 보지 못했다.

오길비는 "우즈나 미켈슨이 우승할 것"이라며 한수를 접었지만 US오픈 우승 때 보여줬던 결점없는 플레이를 펼친다면 언제든지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이밖에 올 시즌 1승에 그치고 있는 싱도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크리스 디마코(미국), 애덤 스콧(호주)도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한편 영국의 베팅업체 래드브록스는 베팅 배율 3-1로 우즈를 우승 후보 1순위에 올려 놓았고 미켈슨(9-1), 어니 엘스(남아공.15-1), 짐 퓨릭(미국.17-1), 싱(21-1)이 뒤를 이었다.

코리언 듀오 최경주-허석호, 돌풍 기대

한국골프의 간판 최경주는 올 시즌 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컷오프되는 수모를 당했다.

최경주는 최근 퍼팅 그립을 `집게발' 그립으로 바꾼 뒤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 나섰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 열린 US뱅크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퍼트수를 25개로 줄이며 톱10에 진입, 새로운 그립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알렸다.

허석호도 브리티시오픈에서 한국 선수로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11위에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세계랭킹도 70위로 뛰어 오르며 자신감을 얻은 허석호는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PGA챔피언십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거리와 무더위와 싸움

1999년 이후 7년만에 PGA챔피언십을 개최하게 된 메디나골프장은 메이저대회 코스 중 가장 긴 전장과 무더위로 선수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대회 때만 해도 드라이브 비거리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우즈가 유일했지만 이후 우즈를 능가하는 장타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메디나골프장은 160야드를 더한 7천561야드로 전장을 늘렸다.

특히 13번홀은 파3홀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이 244야드나 되고 워터해저드를 끼고 있어 비거리가 짧은 선수들은 울고 가야할 홀로 꼽힌다.

197야드의 17번홀(파3)도 워터해저드 바로 뒤에 핀이 꽂혀 있는데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볼을 물에 첨벙첨벙 빠뜨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유난히 습도가 높은 메디나의 날씨도 마지막 라운드에 가서 선수들이 체력전을 펼칠 수 밖에 없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