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증가율이 한 달 만에 두자릿수를 회복하고 소비재 판매 증가세도 확대되는 등 5월 실물경기 지표들이 4월에 비해 소폭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가 넉 달째 내리막을 걷고,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설비투자도 5월 들어 증가폭이 크게 둔화돼 하반기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수출 호조로 생산·소비 호전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생산 소비 등 주요 실물경기 지표들이 5월에는 소폭 호전됐다.

산업생산은 4월에는 증가세가 한자릿수(전년 동월 대비 9.6%)로 떨어졌으나 5월에는 11.6%까지 높아졌다.

전월 대비로 따져 봐도 1.4% 감소에서 1.7% 증가로 돌아섰다.

산업생산이 이처럼 호조를 보인 것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호조에 힘입어 5월 중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3%나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생산호조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80.5%로 전달 대비 1.5%포인트 높아졌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지난 1월 이후 넉 달 만에 처음이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산업생산이 8% 이상 꾸준히 늘면 연간 경제성장률 5% 달성은 무난했다"고 설명했다.

소비도 소폭이나마 호전됐다.

5월 소비재판매는 전년 같은 달보다 5.8% 늘어 4월(5.1% 증가)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1분기 평균 증가율(5.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승용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 증가폭(4월 5.5%→5월 8.2%)이 확대된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선행지표 여전히 부진

전문가들은 생산과 소비가 호전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경기회복세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5월에도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4개월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져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하면 앞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경기가 4분기께 급락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도 시원찮은 모습이고 건설투자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분기 중에 4.3%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투자는 5월 들어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를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건설수주는 5월 들어 무려 17.9%(전년 동월비)나 감소해 석 달째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KDI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재고가 조금씩 늘고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는 건 경기가 뭔가 조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선행지수나 투자 관련 지표들을 놓고 보면 경기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