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문제 때문에 한국 투자를 주저한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노사 문제가 생기면 한국노총이 직접 나서 해결하겠습니다."

한국의 투자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뉴욕에 온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은 강경 노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참석자들로부터 환영받았지만 '뒤늦은 구애'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작년 27% 증가했지만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을 외면하는 외자

OECD는 지난 28일 'FDI 최근 경향과 증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작년 OECD 회원국으로 유입된 FDI가 총 6220억달러를 기록,2004년(4910억달러)에 비해 27%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고치이며 사상 네 번째로 많은 유입액 규모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은 선진 각국의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이들 나라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 상황에서 선진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도 FDI 유입을 촉진했다고 OECD는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FDI 유입액은 43억달러로 2004년(92억달러)에 비해 53% 감소했다.

유입액 순위로 보면 30개 회원국 중 22위에 머물렀다.

영국 미국 룩셈부르크 프랑스 독일 등 FDI 유입액 규모 상위 국가들이 대부분 2003년 최저치를 기록한 뒤 최근 2년간 유입액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부진했던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훨씬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 독일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안을 마련하는 등 선진 각국은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 투자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뉴욕 투자설명회의 엇갈린 평가

29일 뉴욕 투자설명회의 주인공은 이 위원장이었다. 산자부 장관과 태미 오버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수석 부회장 등 단골 손님들 곁에서 한국 노조의 변화상을 역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한국의 노동 운동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노사 걱정을 모두 털어 버리라고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고 미국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는 "한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고민할 때 모든 게 한국이 좋지만 노사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얘기를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들었다"면서 "정부 관계자 등이 '노조 때문에'라고 말할 때는 과장으로 여겼었는데 이젠 '정말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노동 운동만 눈과 귀를 가리고 마이 웨이(my way) 할 수는 없다"면서 "내가 총대를 메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노조가 세상의 변화를 깨닫는 사이 외자는 한국을 외면해 버렸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정부와 노조의 노력 및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장규호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