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투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인 대표이사와 합작사인 사우디아라비아측 대표이사 등 2명이 각자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가 추천한 사미르 A 투바이엡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48)와 회사 창립멤버로 참여해 오늘날 에쓰오일을 만든 '산 증인'인 김선동 대표이사 회장(64)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역할분담을 통해 에쓰오일을 이끌고 있다. 일반적인 회사 경영은 CEO인 투바이엡 대표가 맡고 있으며 김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온 투바이엡 대표는 온화한 미소 속에 숨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내부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선임된 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 정부에서 정유사 CEO들을 초청한 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고는 '앞으로는 내가 참석하겠다'며 부하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투바이엡 대표는 올 3월 초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5개 정유사 사장이 바이오디젤을 사용키로 하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 4월21일 대한석유협회 총회에도 출석하는 등 에쓰오일 대표로서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열린 에쓰오일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 경쟁력을 갖춘 전문 정유회사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언론과의 대화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인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킹 파드 석유광물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대 공학박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경영학전문석사) 취득 뒤 아람코에 입사,엔지니어링 해외합작 기획 등에서 25년간 근무했다. 이후 아람코 계열회사인 모토오일사의 아테네 총 지배인을 역임하다 한국으로 왔다.

투바이엡 대표와 달리 김 회장은 일상적인 경영보다는 이사회를 이끌면서 회사의 장기발전전략 등 큰 틀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이사의 절반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측이므로 화상회의를 통해 열리는 이사회에서 김 회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김 회장은 아람코사와 제휴협력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람코가 지분투자를 통해 쌍용그룹과 협력관계를 맺은 1991년부터 김 회장은 쌍용정유 대표이사를 맡았다. 1999년 쌍용그룹 구조조정 당시에도 아람코를 설득해 쌍용정유가 그룹에서 분리돼 독자생존토록 한 것도 김 회장의 공이다. 그 이듬해 에쓰오일로 사명을 바꾼 이후 김 회장은 고도화 설비 확충과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 등 잇따른 모험적인 경영을 통해 수익성 높은 회사를 일궈왔다.

2003년부터는 아람코측의 외국인 CEO를 대표이사로 내세우면서 김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그러나 16년 동안 대표이사를 지낸 김 회장은 오너 수준의 지배력을 행사해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