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 대출경쟁에 이어 신용카드 회사의 마케팅 경쟁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나섰다.

신용카드사들이 포인트를 과도하게 적립하고 제휴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태식 금감원 부원장보는 29일 21개 신용카드사 마케팅 담당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는 등 신용카드사의 경영 건전성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며 경쟁 자제를 요구했다.


○금감원이 우려하는 부분

금감원은 현재의 신용카드사 마케팅이 과열은 아니지만 과열로 치닫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회의도 그런 차원에서 소집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22일부터 6월9일까지 12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현장점점을 실시하기도 했다.

노 부원장보는 회의에서 "과도한 포인트와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자제하고 포인트 충당금도 철저하게 적립하라"고 지시했다.

또 "제휴계약을 체결할 때 원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며 출연금을 과도하게 제공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카드 상품을 개발할 때 수익성을 사전에 제대로 분석하고 사후 검증을 충실히하는 한편 원가를 초과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보완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최근 들어 포인트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미사용 포인트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카드사 경쟁,어느 정도기에?

금감원이 "과열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서비스는 △포인트 적립 △할인서비스 △제휴서비스 등이다.

주유시 혜택을 제공하는 유(油)테크용 카드가 대표적 사례다.

유테크용 카드는 이달 들어서만 국민,외환,농협,수협은행 등 은행들과 비씨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가 잇따라 내놓으며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중 농협이 선보인 '매직 톱카드'의 경우 특정 일에 ℓ당 150원을 적립해주고,비씨 '대한민국 카드'는 ℓ당 최대 120원을 포인트로 쌓아준다.

출시경쟁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달까지만 해도 직접할인의 경우 ℓ당 50원 할인,포인트 적립은 ℓ당 80원을 쌓아주는 데 불과했다.

제휴마케팅의 경우 카드사가 지방자치단체 등과 제휴할 때 지자체에 관행적으로 제공되는 기부금 또는 장려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부문에서의 과당경쟁은 이미 감독당국의 '레이더망'에 포착돼 금감원으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상황이다.


○마케팅 방식 차별화로 건전성 유지할 듯

카드업계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포인트 적립 및 할인 서비스와 관련,"최근 할인 및 적립 폭이 커진 서비스의 경우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게 아니라 특정 일에 특정 장소에서 카드를 사용해야 주기 때문에 건전성에 큰 장애는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예컨대 농협의 매직톱카드는 ℓ당 150원 할인혜택이 매달 1,11,21일에 한해,그것도 연말까지만 주어진다는 것.업계는 대신 모든 회원에게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건전성 유지에 힘쓸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우량회원에게는 혜택을 더 주고 불량회원에게는 서비스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무차별적인 할인 및 포인트 적립 서비스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태·송종현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