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지역의 집값 급등에 시달리는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부동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 30대 블로거가 믿기 어려운 영웅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32세의 골프장비 판매업자인 쩌우 타오. 그가 지난 4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선전 시민들에게 부동산을 사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선뒤 전국적으로 15만명 이상의 지지 서약이 쇄도했다.

대학교육을 받은 전문직 근로자가 10년을 벌어야 신축 아파트 한채를 살 수 있게 된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맞서 부동산을 사지 말자는 그의 제안이 중국 전역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쩌우의 휴대전화 메시지 가운데는 "수백만명의 중국 시민들이 당신의 편이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쩌우가 `부동산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블로그 메시지를 올린 직후 중국 청년보가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천명 가운데 79.1%가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쩌우의 블로그 캠페인은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풀뿌리 캠페인으로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고, 강력한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지방정부 세력의 깊은 분노를 자아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의 확장으로 농토를 잃은 농민들과 재개발로 집이 헐려져 나가는 도시 근로자들은 물론, 값이 너무 올라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산층에서도 치솟는 집값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오르고 있어 그의 캠페인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쩌우의 캠페인을 지지하는 32세의 첨단공장 매니저 데이비드 황은 부인 및 7살 아들과 살 집을 사기 위해 수년간 저축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말 방 3개 짜리 아파트를 살 정도의 돈을 모았지만 회사 일이 너무 바빠 매매계약을 미루는 동안 가격이 40%나 급등해 버렸다.

황은 "모두 투기와 조작 때문"이라면서 "개발업자들이 합리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그걸 부담할 수 있지만 이건 통제 불능"이라고 말했다.

집을 살 돈이 없어 여자친구도 잃었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프라이스 우는 쩌우의 캠페인이 결국 부동산 가격을 붕괴시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안정은 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는 "대중들이 한데 뭉쳐 힘을 보여 준다면 그걸 막을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난성 중부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쩌우는 약한 자와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열정을 갖고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왕성한 활동성으로 선전시에서는 이미 명사가 된 상태. 지난해 9월 주차료를 올리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을 때 그는 스스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 조사참여자 1만2천301명 가운데 85%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고, 그 결과 시 정부는 주차료 인상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도시 거주자들이 개발업자들의 `집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려다 사복 공안 요원들에게 체포됐다가 하루만에 풀려난 적도 있다.

쩌우는 부동산 급등이 시 당국의 잘못된 성장예측에도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민이 1천200만명에 달하지만 도심지와 교외를 잇는 대중교통시설이 빈약해 시내의 생활공간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 졌다는 것.
이와 관련,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도시들이 과잉 건축을 하고 있어 언젠가 가격 붕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다수는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의 경우 주거용 신축 주거건물의 공실률이 25%에 달하고 있지만 매년 25만 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져 나온다.

이에 따라 상하이 교외의 경우 가격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경우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호화주택 임대료는 떨어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 시민의 70%는 주택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