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총 이후 한달여간 소강 상태를 보였던 KT&G 경영권 분쟁이 19일 이사회를 기점으로 '제2라운드'를 시작했다.

워렌 지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의 참가로 관심을 모은 이날 KT&G 이사회는 표면적으로 큰 충돌없이 끝났다.

그러나 주총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스틸파트너스 측은 이사회 개최 도중 기습적으로 KT&G 지분 확대 사실을 공시하며 공격 재개를 알렸다.

KT&G 역시 이사회 규정 개정으로 스틸파트너스 측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의지를 드러냈다.

또 '중장기 주주가치 극대화 전략'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대, 경영권 방어에 나설 계획임을 아울러 시사했다.

◇스틸파트너스, KT&G 공격 재개

스틸파트너스는 이날 리크텐스타인 대표가 KT&G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는 한편, 지분 확대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KT&G에 대한 공격 재개 신호를 보냈다.

리크텐스타인이 이끄는 스틸파트너스는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KT&G의 지분 0.62%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따라 스틸파트너스와 칼 아이칸 측이 보유한 KT&G 지분은 기존 1천70만9천142주(6.72%)에서 1천170만6천532주(7.34%)로 확대됐다.

특히 공시는 스틸파트너스와 아이칸 측이 KT&G에 대한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5월18일까지 한달 더 연장했다고 밝혀 KT&G 경영권 공략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17일 주총 이후 스틸파트너스 측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일부에서는 KT&G 경영권 공략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이날 지분 확대로 중장기 보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리크텐스타인 대표가 직접 KT&G 이사회에 참석했다는 점도 스틸파트너스가 KT&G 경영권 공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리크텐스타인 대표는 뉴욕 월가에서도 '얼굴없는 투자자'로 불릴만큼 언론 노출을 꺼렸고 수십개 기업에 투자 중인 일본에서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미리 이사회 개최 예정 소식이 알려져 언론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불구, 이사회에 직접 참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KT&G 공략을 쉽게 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증권 정성훈 애널리스트는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는 점에서 스틸파트너스와 KT&G의 경영권 분쟁은 중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T&G, 우호지분 확대로 경영권 방어

이러한 스틸파트너스 측 움직임에 대해 곽영균 사장은 일단 "스틸파트너스가 중장기 투자를 할 것으로 알고있고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특별히 검토 중인 사항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 통과한 이사회 규정 개정과 전략컨설팅 추진은 중장기 경영권 방어 대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KT&G는 통상적인 경영 사항에 대해 경영진이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따라 곽영균 KT&G 대표와 2인의 전무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회사 사업 관련성이 높고 통상적인 경영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결정할 수 있다.

KT&G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회사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사회 개최를 최소화, 스틸파트너스 측 사외이사의 경영권 간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리크텐스타인 대표는 "경영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투자 규모 및 의사결정 범위가 모호하다"며 이사회 규정 개정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보다 중장기적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으로 전략컨설팅 추진계획도 내놓았다.

곽 사장은 "기업가치 극대화와 주주 이해 부합을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해 전략컨설팅을 추진하기로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 및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을 통해 우호 지분 확대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KT&G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할 만한 사항이며 우호세력을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펀드 매니저들을 만나보면 KT&G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고 싶어도 뚜렷한 계기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기업 및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을 통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면 국내 펀드 등 KT&G에 우호적인 지분이 늘어날 것이므로 이것이 바로 경영권 방어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KT&G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한편 주주이익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당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우호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