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거세다. 최근 12월 결산 법인들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세력을 형성,상정된 안건을 부결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영권 보호 강화 조항을 정관에 도입하려는 대주주 및 경영진에 맞서 주식가치를 높이려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소액주주 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힘을 가장 크게 보여준 사례는 일성신약이다. 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표형식씨(52)는 지난 2월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을 규합해 최대주주가 추천한 감사선임안을 부결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표씨는 "회사가 지난해 최대 이익을 내고도 배당금이 적은 것은 경영진이 주주 권익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며 "감사선임안을 부결시켜 경영진의 경각심을 일깨우자"고 소액주주들을 설득,이 같은 성과를 얻어냈다. 적대적 M&A(인수·합병)시 경영진에 고액의 보상금을 주도록 하는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이 상당수 기업에서 무산된 것도 소액주주들 때문이었다. 코스닥 상장 업체인 케이앤컴퍼니는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이사가 적대적 M&A로 인해 실직할 경우 퇴직금 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30억원 이상,일반 이사에게 20억원 이상 지급해야 한다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서울식품공업 역시 비슷한 경우 일반 퇴직금과 별도로 3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안건을 올렸으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건설기계 전문업체인 한우티엔씨은 황금낙하산 안건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 밖에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추진 중인 호스텍글로벌 주총에서는 드라마 제작 업체인 이김프로덕션과의 합병 안건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계측기 제조업체인 위지트는 15 대 1의 감자를 추진했으나 소액주주가 10 대 1 감자를 주장,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또 애즈웍스는 최근 임시주총에서 액면분할(500원→100원) 안건이 소액주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업체인 큐엔텍코리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해 소액주주가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측이 이를 즉각 철회하기도 했다. ◆소액주주인가 신종 세력인가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주주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경영권 보호 강화에 반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회사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을 찾아 투자한 후 경영진을 압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 나타난 소액주주들은 과거의 소액주주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소액주주의 반대에 부딪쳐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한 K사 관계자는 "일부 소액주주들은 전문적으로 세력을 형성해 복수의 회사에 투자한 후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다음 차익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가치를 올려 주가를 부양하기보다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요구한 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총에서 경영진을 압박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소액주주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