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길은 험난하다.


'아이디어 창출 → 아이디어 선택 → 신상품 개발 → 상업화'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한다.


초기단계에선 아이디어 빈곤 때문에,후반부에선 개발역량이 부족하고 고객 수용도가 저조해 어려움에 빠지곤 한다.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액센츄어는 최근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54명의 인터뷰를 분석한 리포트 '이노베이션 언바운드(innovation unbound)'를 통해 혁신의 각 단계에서 부딪치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자가 7가지의 리더십 유형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자가 마치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맞게 리더십 스타일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창출 단계=액센츄어 리포트는 우선 혁신이 시작되는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선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앙집권형보다 분산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노하우 등 조직 내 자원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접근을 쉽게 하려면 사내 네트워크형 리더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형 가스화학회사인 에어프로덕트의 경우 모든 사업부에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매니저'라는 직책을 신설함으로써 부서 간 지식재산권 공유를 활성화시켰다.


◆아이디어 선택 단계=톡톡 튀는 여러 기획안 가운데 향후 조직을 먹여살릴 아이디어를 골라야 하는 선택 단계에선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아이디어 간의 치열한 경합을 합리적으로 마무리짓고 '될 성부른 나무'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채택하기 위해선 경쟁사들의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는 지혜도 요청된다.


◆신상품 개발 단계=신상품 개발 단계에선 많은 기업들이 개발 역량 부족으로 벽에 부딪친다.


뛰어난 아이디어는 발굴했지만 기술이 없어 개발 단계에서 좌절하게 된다.


액센츄어 리포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휴사,공급업체(supplier) 지향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개발 역량을 제휴사나 공급업체를 통해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업체는 매우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되고 있는 혁신의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새로운 포장방식 등을 개발한 공급업체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방식으로 공급업체의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상업화 단계=혁신의 마지막 관문은 상업화다.


최상의 아이디어를 추출해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시장에서의 미숙한 대응으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리포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기관을 시장지향형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중앙집권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경쟁사의 움직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자세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고객 지향형 리더십은 혁신의 모든 단계에서 강조된다.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품,서비스에 빠르게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2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의 경우 서비스 개편을 위해 혁신팀을 한국으로 파견했다.


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액센츄어코리아 정연귀 전무는 "국내의 경우 최고경영진 주도형 리더십이 강해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데는 탁월한 편"이라며 "다만 조직 간의 벽을 넘는 사내 네트워크형 리더십이 취약해 내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