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거포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주포로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은 가운데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5일 `숙적' 일본과 아시아 라운드 최종전은 물론이고 오는 12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시작되는 2라운드(8강)에서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WBC가 끝나면 당장 새 둥지인 `명문 구단' 요미우리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고 길게는 1년 후 빅리그 진출의 큰 꿈을 가슴에 품고 있어서다. 요미우리 스프링캠프 때 1루수를 다투는 조 딜런(31)보다 인상적인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난 달 19일 대표팀에 합류한 이승엽은 WBC에서 화끈한 방망이질로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의 눈도장을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주전 경쟁자인 딜런이 허리 통증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이승엽으로선 호재지만 실력만이 요미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밑천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본 진출 후 2년째였던 지난 해 롯데 마린스에서 3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적응을 마쳐 올 해 요미우리에서 아시아 홈런왕다운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국내 삼성 라이온스 소속이던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오사다하루(王貞治) 일본 대표팀 감독 등이 보유한 아시아 최고기록을 깼던 실력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일본 전역으로 중계되는 5일 일본전은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승엽은 앞서 4일 중국과 2차전 때 홈런 2방을 폭발하며 4타수 4안타 5타점의 호쾌한 장타력과 절정의 타격감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지금까지 1라운드 2경기에서 홈런은 일본팀의 다무라 히토시(요코하마 베어스타스)와 부문 공동 1위이고 타점 공동 2위(7개), 타율 3위(0.571.7타수 4안타)로 호조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1라운드 최종전과 8강에서 맞붙는 일본전의 이승엽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승엽은 또 올 시즌 후 목표로 삼은 메이저리그 진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WBC 대회 기간 도쿄돔에는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부사장, 샌디 앨더슨 샌디에이고 사장 등 구단 관계자와 테드 하이드 시애틀 매리너스 태평양 담당 스카우트 등이 찾아 예비 빅리거감들에게 눈독을 들였다. 미국행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승엽으로선 태극전사로 조국에 봉사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다행스럽다. 화끈한 방망이로 무장한 이승엽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요미우리 주전 낙점과 1년 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 타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