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라보은행 한국사무소 대표는 16일 "한국 농수산업의 장래가 네덜란드보다 밝다고 판단해 한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동북아 지역의 농수산물 가공 및 유통기지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라보은행은 속된 말로 '돈은 안 벌어와도 좋으니 사고는 절대 치지 말라'고 강조할 만큼 보수적인 은행"이라며 "한국시장에 사무소를 개설할 때는 그만큼 확실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라보은행은 자산규모가 6천15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15위권의 네덜란드 은행으로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세계 유일의 민간 금융회사다. 박 대표는 특히 한국의 수산업 전망을 유망하다고 봤다. 그는 "전세계 수산물 유통량의 70%가 한국에서 비행기 2시간 이내 거리에서 생산되거나 이동된다"며 "한국이 이 수산물을 가공하고 유통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지로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명태의 경우 베링해와 러시아 연안에서 대부분이 잡혀 한국.일본.중국 의등 나라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라보은행은 현재 광양만의 경제자유구역 내에 '국제 수산물 가공 유통단지' 건설사업에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 단지는 20만평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1/4에 달한다. 박 대표는 이 단지와 비견되는 예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주스항을 들었다. 주스항은 라보은행이 청사진을 제시하고 투자까지 감행한 항구로 유럽대륙으로 공급되는 과일주스의 70%가 이곳에서 가공되고 유통된다. 과일원료가 주스항으로 집하되면 하역과 동시에 경매를 거쳐 가공단계에 들어가고 상품까지 만들어 유럽 전체로 유통된다. 박 대표는 "광양만의 수산물 단지도 어떤 품목에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가 얹어지는지 등에 따라 투자액수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소매금융보다 기업금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현재는 사무소 개설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기업금융점포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네덜란드계 ABN암로를 거쳐 2~3년전에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라보은행에 스카우트됐다. 1898년 네덜란드에서 협동조합 은행으로 탄생한 라보은행은 농협이 프랑스의 크레디어그리콜(CA)과 함께 벤치마킹 1순위로 꼽는 은행이기도 한다. 48개 국가에서 6만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거대 소매금융기관으로 활동중이다. 여타 지역에서는 농수산업 관련 정부 및 기업 컨설팅과 파이낸싱 등 기업 금융 업무에 중점을 둔다. 동유럽의 농업 민영화를 컨설팅하고 브라질의 커피 수출망을 확보하는 등 대규모 컨설팅 및 파이낸싱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농림부에 농업 발전 방향에 관한 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