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2005년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지는 한 해였다. 생산대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의 평가와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대수는 대략 383만대.이는 지난해 성적(336만대)보다 50만대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450만대가량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7위 자리를 놓고 다퉜던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 그룹(PSA)을 확실히 누르고,다임러크라이슬러와 6위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된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품질 수준과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적인 언론과 자동차 평가기관들은 올해 앞다퉈 현대·기아차의 높아진 품질과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을 다뤘다. 그 시작은 미국 비즈니스 위크가 끊었다. 1월호에서 정 회장을 '2004년 자동차 부문 올해의 CEO'로 선정한 것.4월에는 미국의 컨슈머리포트가 쏘나타를 최고 신뢰 모델로 선정했고,5월에는 미국의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비전이 투싼과 베르나를 동급 최우수 품질차량으로 평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투싼은 자동차 관련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JD파워로부터도 최고의 품질을 갖춘 차로 대우받았다. 이즈음 현대차는 한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일을 마무리지었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 것.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한 지 19년 만의 일이다. 세계 언론은 또 다시 현대차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타임지는 6월에 '새로운 강자 현대차'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과거 토크쇼의 농담거리였던 현대차가 이제는 무서운 강자로 등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7월에 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 회장을 자동차 부문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정했다. 현대차에 대한 호평은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를 '브랜드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세련되고 당당한' 현대차와 '즐겁고 활력을 주는' 기아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터.1차적인 결실은 생각보다 빠른 9월에 왔다. 인터브랜드가 조사·발표하는 '2005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업체 중 처음으로 진입한 것.현대차는 35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84위에 올랐다. 2005년은 현대·기아차가 향후 글로벌 톱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는 한 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인도에 15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해 2007년 4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월에는 중국 광저우에 상용차 공장 설립,2007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가을 들어서는 체코 등을 후보지로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대차 유럽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기아차 역시 향후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미시시피에 30만대 규모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현대차그룹은 올 한 해 자동차 생산 수직계열화 작업에도 가속도를 붙였다. 핵심은 지난 5월 현대INI스틸이 발표한 일관제철소 건립 계획.현대INI스틸은 일단 연산 350만t 규모의 고로 1기를 2007년 착공해 2010년부터 쇳물을 생산하고,이후 비슷한 규모의 고로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일관제철소를 갖게 되면 자동차 강판의 원료인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카스코와 자동차 전장업체인 현대오토넷을 잇따라 인수한 데 이어 현재 만도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만도까지 인수할 경우 자동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업체를 모두 계열사로 거느리게 돼 경쟁력이 한층 배가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