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이틀째인 9일 여객ㆍ화물기 결항률이 전날 53%에서 63%로 늘어나면서 승객 불편 및 수출 차질 등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사가 `해고자 복직'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대화통로마저 막혀 조속한 자율타결 가능성은 엷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여객ㆍ화물 항공편 편도 399편 중 63%인 253편이 결항될 예정이다. 국내선 여객기의 경우 전날에 이어 제주 노선 일부를 제외한 내륙 노선 전체가 결항되는 등 편도 212편 가운데 176편(83%)의 발이 묶일 예정이다. 국제선 여객기도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포함해 157편 가운데 54편(34%)이 뜨지 못한다. 10일부터 연말 성수기를 맞아 이동이 잦아지고 겨울방학을 맞아 귀국하는 유학생들까지 가세할 예정이지만 국제선 여객기 결항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사측은 대체 항공편을 찾고 있지만 거의 모든 항공사의 예약이 꽉 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선 화물기는 전체 30편 가운데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첨단 IT(정보기술) 제품의 수출이 집중되는 프랑크푸르트ㆍ오사카ㆍ상하이 노선 등 7곳을 제외한 23편(77%)이 결항될 전망이다. 전날에만 대한항공 국제선 화물기 31편 가운데 프랑크푸르트와 오사카, 상하이 등 4개 지역 7편을 제외한 24편이 결항됐다. 이에 따라 휴대폰과 반도체 등 주로 항공화물을 이용하는 ITㆍ전자업계는 대체 항공기를 물색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12월은 1년 중 수출물량이 가장 집중되는 시기여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기를 통한 수출입 품목은 반도체와 휴대전화ㆍLCDㆍPDP 등 고가의 첨단 전자제품이 대부분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인한 하루 수출입 차질액이 최대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대한항공이 하루 파업하면 700억원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파업 여파로 여객운송의 경우 1일 4만4천여명, 화물수송은 1일 3천500t 가량의 차질이 발생하면서 하루 253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추정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도 `해고자 복직' 문제를 놓고 의견차를 드러내면서 파업원인을 상대방에 전가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 사측은 "이번 파업 목적이 임금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고자 복직에 있다"면서 노조측에 `선(先) 파업해제 후(後) 대화'를 요구했다. 노조측은 "공개ㆍ비공개를 막론하고 협상장에서 해고자 복직을 거론한 바 없다"고 부인한 뒤 "사측은 우선 협상 재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원들이 임금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벌인 데 대해 일반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노노(勞勞)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9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대책과 관련, 대화와 협상을 통한 노사 간 자율타결을 촉구하되 조속한 타결을 위해 긴급조정권 발동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