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짜릿한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무승부였다. 아드보카트호가 내년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유럽의 벽' 앞에서 거센 진군을 시작했다. 물론 득점 직후 수비라인이 갑자기 흐트러져 상대 역습에 두번씩이나 어이없이 동점골을 헌납하는 과정에서 조직력과 집중력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32개국) 중에서는 개최국 독일을 포함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14개국이 유럽 팀이라 어차피 유럽의 벽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12일 상암에서 맞붙어본 '바이킹 군단' 스웨덴(FIFA 랭킹 13위)은 좋은 평가전 상대였다. 스웨덴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프레데릭 융베리, 헨리크 라르손 등 특급스타 3명이 빠졌지만 베테랑과 신예를 적절히 조화해 빠른 공격 전개와 거친 압박을 겸비한 강팀이었다. 두번 리드를 빼앗겼지만 곧바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따라붙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상대했던 아시아 팀들과는 플레이 스타일과 체격, 체력 등 모든 면이 달라 상당한 적응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한국축구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침몰시킨 적이 있지만 그외에는 유럽팀을 제대로 만나거나 시원하게 이겨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본프레레호 시절인 작년 12월 '전차군단' 독일을 3-1로 제압한 것 외에 불가리아에 패배(0-1), 터키와 1승1패를 주고받은 게 전부다. 스웨덴과 두번 모두 비긴 것을 포함하면 한일월드컵 이후 유럽팀 상대 전적은 2승2무2패. 아드보카트 감독이 스웨덴의 장신 수비벽을 허물기 위해 채택한 전략은 빠른 공간 패스와 월패스, 순간적인 공간 침투였다. 선제골은 공격에 가담한 김동진의 몸 싸움과 안정환의 기습적인 슈팅이 맞아떨어졌고 두번째 골은 장신 수비수들 틈바구니에서 수비수 김영철이 헤딩으로 따낸 골이어서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만 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가진 이면에 적잖은 문제점도 노출했다. 우선 다리가 긴 유럽 선수들의 특징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전반 중반 패스미스가 속출해 한동안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후반 거의 일방적인 파상공세 속에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거친 압박수비 앞에 반템포씩 박자가 늦어 마무리를 하지 못한 점도 숙제로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