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재선거票心 국정에 반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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兪炳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10ㆍ26 재선거의 결과로 여권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결과는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며 대통령이 나서 결속을 당부했지만 동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지도부가 사퇴하고,내부 회의에선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쏟아졌다고도 한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들도 필자처럼 이러한 모습에 착잡해 했을 것이다.
선거 때 누구를 찍었든 나라가 평안하고 잘되길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고언들이 쏟아졌다는 것은 신선한 것이었다.
내용이 새롭다기 보다는 여당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왔다는 점이 그렇다.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고언은 여당으로부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딴마음이 있을 리 없는 '동지'들의 지적이기에 더욱 진지하게 고려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을 달리하겠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인다. 민의는 뚜렷하건만 "민생경제라는 것이 대통령이 어디 나가 국민 몇 사람과 악수 몇 번 더하고 몇 번 회의한다고 금방 죽고 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니 걱정스럽다. 물론 말씀의 내용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런 피상적인 모습에서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국론을 모으고 국가의 잠재력을 십분 끌어내는 앞장선 리더로서의 모습을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 한국은행의 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가 4.4% 성장했다. 금년 1분기를 저점으로 GDP가 2분기 연속 상승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그 동안 특히 부진했던 민간소비가 4.4% 증가한 게 큰 몫을 했다. 소비는 2003년 2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것이 작년 4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선 이래 완만하게 상승해 왔다. 이와 더불어 설비투자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여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비록 건설투자가 부진한 모습이지만 대통령의 말대로 "한국경제는 앞으로는 파란불인 것 같다"고 볼 만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정상궤도로 무난히 복귀할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도 조심스런 구석이 많다.
당장 통계청의 지난달 28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에는 이러한 징후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산업생산이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 부문에 집중된 현상이고 이를 제외하면 증가율이 영에 가깝다.
설비투자는 8월과 9월 모두 마이너스 성장이다.
건설도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경기동행지수도 7월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9월에 조사한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현재 및 향후의 경기전망 모두 금년 1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형편과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한 소비자심리지수도 앞의 두 분기의 낙관에서 3분기에는 비관으로 돌아섰다.
결국 현재의 경제상황이 회복세라 친다 해도 그것은 매우 완만한 상태인 셈이다.
흐름이 굳건하지 못해 작은 충격에도 추세가 다시 꺾일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반대로 호의적이고 안정적인 외부환경을 만들어주면 힘찬 상승 추세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참여정부는 좋지 않은 경제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것에만 2년 반의 불황을 떠넘기기는 어렵다.
오히려 참여정부 스스로가 경제를 어렵게 한 부분도 적지 않다.
여당 회의에서 언급된 내용 중에도 그와 관련된 일들이 많다.
견해가 다른 인사들을 더 많이 등용하고 좀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국정운영을 희망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대통령의 직(職)이 군림(君臨)보다는 통치를 위임받은 자리라면 표심을 반영하는 건 아마도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더구나 그 요청은 매우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