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22일 귀국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의 대북사업이 정상화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지 관심이다. 김 전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현정은 회장이나 그룹측에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현대의 입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따라 첨예하게 맞섰던 현대와 북측의 갈등 해소에 그가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김윤규씨 "나는 현대맨" = 김윤규 전 부회장은 현대그룹에 반기를 들기보다는 오히려 현대편에 서는 모양새였다. 그는 "현대를 떠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그룹의 퇴출을 수용하는 듯 했다. 현대로의 복귀의사도 간접적으로 비쳤다. 그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하지만 현대와 떨어져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현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현대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하겠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분위기만 성숙된다면 `현대만이 내가 일할 곳'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현정은 회장에게 서운하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고 그룹 전문경영인에 대한 비난도 하지 않았다. 과거 "소명할 기회를 달라"면서 항변했던 것보다 한층 엎드린 모습이었다. 그는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도 유효하다는 입장이었다. "현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떻게 보면 "합의의 주체가 다 없어진 조건에서 구태여 그에 구속될 이유가 없다"며 개성관광을 다른 기업과 추진하겠다고 밝힌 북측과 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북측의 태도를 드러내놓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7대 경협합의서를 무시한 북측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북측 담화문 전문을 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 대북사업 정상화 전기 마련하나 = 하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대북사업 정상화를 위해 나설 지는 미지수다. 일단 북측의 신의없는 행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북측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여 일을 더 꼬이게 만들 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자신을 내친 현대에 무작정 매달릴 수도 없다. 그는 현정은 회장이나 북측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답해 이런 고민을 드러냈다. 현재로선 현대측에서 어떤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현대측은 김 전 부회장이 북측이나 그룹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돌발 발언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상당히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일단 오늘 그의 발언으로 판단해보면 그룹과 잘해보자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그의 복귀 등에 대해서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다음주는 돼야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복귀 절대 불가'를 외치던 때보다는 약간은 누그러진 분위기도 감지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