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불거져 나온 하지정맥류 증상 때문에 최근 병원을 찾은 이모(54.여)씨는 뜻밖의 진단 결과에 놀랐다. 의료진이 추정한 하지정맥류의 가장 큰 발병원인은 다름 아닌 호르몬제 과다 장기 복용 때문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그녀는 폐경기 증세 때문에 지난 5년간 꾸준히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한다. 하지정맥류는 발끝에서 심장 쪽으로 순환돼야 하는 정맥혈들이 판막(밸브)기능 의 이상으로 다리 쪽으로 혈액이 역류돼 정맥혈관이 확장되는 질병으로, 주로 장시 간 서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생이 잦다. 이 때문에 정맥혈들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하지정맥류 환자들은 다리 에 울퉁불퉁한 혈관들이 마치 힘줄이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이 질환은 어느 한가지 원인 때문에 발병되는 질환이 아니라 유전, 임신, 직업력, 생활습관, 호르몬제 복용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요소 및 생활습관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이씨의 경우 두 번의 출산경험이 유일한 발병요소일 수 있지만 호르몬 과다 복용이 하지정맥류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하지정맥류 전문병원 길 흉부외과(원장 양주민, 김윤규)은 서울과 울산지역에서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은 1천700명을 조사한 결과 호르몬제를 장기 복용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최고 5배 이상 높은 하지정맥류 발병률을 보였다고 21일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보통 남성과 여성의 유병률이 3대 7 비율인데 이는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출산을 경험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주민 원장은 "이씨의 경우 두 번의 출산만으로도 정맥혈관이 약해질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출산 이후 피임을 위해 약간의 호르몬약을 복용한 것과 이후 폐경기 때문에 호르몬제재를 복용한 게 더 큰 발병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갱년기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호르몬제 복용을 중단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을 비쳤지만 환자가 계속해서 복용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당수 환자가 이씨처럼 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길 흉부외과의 이번 조사결과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정맥에 혈전이 생길 위험이 두 배 높다'는 미국 의학회의 논문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3년 9월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해 가능한 단기간 내에 최저단위로 호르몬제재를 복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양 원장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복용하는 호르몬제재를 복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해로운 만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한 후 증상에 맞게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