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웅진쇼크'다."


최대 1조원을 들여 대우 쌍용 등 매물로 나온 대형 건설업체를 사들이겠다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발언이 보도된 후 시장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 이후 지난 25년간 정수기렌털,학습지,음료수 등 주로 생활소비재사업에만 집중해온 웅진그룹이 중후장대한 건설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대형 건설업체 인수합병(M&A)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웅진그룹이 지난달 19일 오후 4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띄운 건설업 진출 공시 이후 10여일간 웅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1조원이라는 인수자금의 규모가 공개된 이후 "윤 회장의 발언은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건설업체 중 최대어인 대우건설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업계의 해석도 나왔다.


웅진그룹이 작년 매출(2조5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건설부문에 쏟아부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웅진의 공식 발표 내용은 이렇다.


"웅진씽크빅,웅진코웨이,웅진식품 등 기존 3개 사업군으로는 지금처럼 연평균 20% 선의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제4의 사업군을 찾아 나섰다.


그중 가장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건설업을 택했다."


웅진은 웅진씽크빅의 파주 신사옥 등 내부 건설물량이 충분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 출신인 윤석환 웅진그룹 기획조정실 이사의 배경설명은 좀더 구체적이다.


"블루오션을 미개척시장이란 의미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엇비슷한 사업을 하더라도 다르게 팔 수 있다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웅진식품이 전통과일과 곡물음료라는 신상품들로 전형적인 레드오션인 음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듯 웅진건설도 다른 건설사들과는 다른 웅진만의 아이템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차별화를 꾀할 계획입니다.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제품 렌털사업을 하는 웅진코웨이의 제품군 중 건물에 붙박이 형태로 들어가는 빌트인제품이 있는데 건설사업이 본격화되면 빌트인 제품 부문에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4사업군인 건설에 이어 웅진그룹은 이미 제5의 사업군을 준비 중이다.


너무 서두르지 않느냐는 일부의 지적에 윤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건설부문이 정상궤도에 오른 후 역시 기존 사업과는 동떨어진 새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제5의 사업군도 건설부문만큼 크게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자금유동성이 좋다는 웅진의 장점을 감안하면 금융이나 유통부문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웅진은 신사업군 진출을 위해 좀더 많은 인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외부수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윤 회장은 "회사인수 만큼 중요한 게 사람의 인수"라며 "신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능력있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능력별 보상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웅진그룹은 임원급의 경우 연말 성과급이 아닌 기본급 지급액을 최고 4배까지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웅진의 움직임에 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은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대형 건설회사인 A사 관계자는 "웅진과 같이 식품사업 등 기존 주력사업을 가진 회사는 그룹사 차원에서 건설업 진출을 통해 자체 공장설비 확충 등 비용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회사의 자금 유동성과 건설 부문 경영진의 면면을 살펴볼 때 일단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육에 이어 건설분야에서도 웅진과 경쟁을 벌이게 된 대교그룹의 관계자 역시 "웅진이 벌인 신사업 중 망한 게 없다"며 "이번에도 철저한 계산하에 건설업에 진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웅진이 악수를 뒀다고 평가하는 곳도 있다.


중견 건설업체인 B사 관계자는 "태평양,동양그룹 처럼 의욕적으로 건설업에 진출했다 별 재미를 못 보고 사업이 흐지부지된 중견기업들이 많다"며 "건설경기가 안 좋고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웅진의 건설업 진출 타이밍은 나쁜편"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전개될 수도 있지만 건설 업황의 부침에 따라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