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서 꽃피운 영광, 파주서 열매 맺는다' 26일 오후 3시께 낙동강 상류를 끼고 구미시 진평동, 임수동, 시미동 등 행정구역상 3개 동에 걸쳐 드넓게 펼쳐진 LG필립스LCD의 구미 공장 단지에 총총 걸음으로 정문 안으로 들어서는 오후 출근조 직원들의 행렬이 눈에 띄었다. 구미 사업장은 이달로 제품 출하 개시 10돌을 맞았다. 곳곳에 설치된 `세계 1위 LCD 회사'(World's No.1 LCD Company) 구호를 새긴 플래카드와 입간판은 막판 늦더위도 꺾지 못한 임직원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1-5공장 물량 전체에 맞먹는 생산량을 자랑하는 단지내 6공장 클린룸에서는 수십개의 AGV(자동운반장치)와 로봇들이 LCD 유리기판을 쉴 새 없이 운반하는 가운데 세정(클리닝), 증착, 포토, 에칭 등 공정별로 순서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무게가 3t의 AGV는 BMW 1대 가격을 호가할 정도이며 1대에 5㎏가 넘는 유리기판 30여개를 실으면 무게는 3.5t이 넘는다. 협력사 파견 직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6공장은 자동화율 100%인 클린룸 9천100평을 포함, 가로 193m, 세로 263m로 바닥 면적(1만평)만 축구장 7개 크기이며 연면적 기준으로는 축구장 42개 규모다. LG필립스LCD는 10년간 구미에서 일궈낸 `성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되는 파주 LCD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시대를 준비하는데 밤낮없이 `올인'하고 있다. ◇ 10년간의 기적, LCD 세계 1위권으로 `우뚝' =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LG필립스LCD의 지난 10년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역사였다. LG필립스LCD 사람들은 지난 10년의 역사를 기적 내지 신화라 부른다. 1995년 8월18일 당시 LG전자 LCD사업본부는 LCD 기술 연구를 시작한지 8년만에 첫 제품인 9.5인치 노트북용 LCD를 출하, LCD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95년 매출액은 고작 15억원 수준이었고 영업적자 규모가 매출액의 8배에 가까운 110억원 수준에 달했다. 당시 시장을 장악하던 일본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고 해외 바이어들은 LG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임직원들은 설움 속에 이를 악 물어야 했지만 오히려 당시의 `냉대'가 기술자립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한다. 이 과정에서 LG전자 LCD는 1999년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 LG필립스LCD로 새롭게 태어났다. 연평균 성장률도 69%를 기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와 세계 LCD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며 올해 상반기 대형(10인치 이상) LCD 시장점유율 22.0%로 1위를 차지했고 구미 사업장은 세계 최초 4세대, 5세대 및 세계 최대 6세대 등의 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대 규모의 LCD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P1(1공장)-P6(6공장)에 이르는 6개 공장과 모듈 공장 등 총 7개의 공장이 21만평 규모로 들어선 구미 사업장은 1일 물 소비량과 시간당 전력 소비량만 5만7천t과 12만㎾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1998년까지 초기 4년간은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8조3천282억원을 달성,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7위로 올라서며 10년 새 매출이 5천500배 성장했고 임직원수도 1995년 1천100명에서 1만3천여명으로 급증했다. 이중 구미 근무 인원(1만1천여명)은 구미 전체 근로자의 12%를 넘는다. 석.박사급 우수 인력도 1천여명이다. 10년간 판매한 LCD 면적 총계는 국제규격 축구장 1천320개에 맞먹을 정도다.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자, 그간 구미에만 투입된 총 투자액도 무려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필립스LCD는 성공 요인으로 세계 1위에 대한 비전의 명확화, 전략 차별화, 적기 투자 및 표준화 선도, 강력한 혁신활동 등을 꼽는다. 이영득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90년대 말에는 LCD 시장내 모니터 비중이 노트북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장차 모니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모니터 비중을 시장 비중에 비해 높게 유지했고 이러한 차별화 전략이 결국 주효했다"며 "현재는 TV 부문에서 성장제품 시장선점 정책을 구사중"이라고 전했다. LG필립스LCD는 현재 대형 부문 중 TV(23.3%), 모니터(22.7%)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노트북은 삼성(25.1%)에 이어 2위(22.0%)에 랭크돼 있다. 특허 등록건수도 2002년 119건, 2003년 182건, 지난해 261건 등 최근 몇년간 삼성, 샤프 등 경쟁사를 앞서며 누계 건수 3천200여건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상덕 개발센터장(부사장)은 "1987년 금성사 시절 LCD 엔지니어 5명으로 출발, 적기투자와 도전정신으로 10여년을 지나오면서 바이어들로부터도 전략적 파트너로 상당한 대우를 받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고 삼성의 존재도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며 "R&D 부문을 강화, 확고한 1위를 굳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 `파주서 두번째 기적 만든다' = 구미 사업장이 LG필립스LCD를 세계 선두권으로 우뚝 서게 한 원동력이었다면 현재 막바지로 건설중인 파주 공장은 앞으로의 미래를 좌우할 바로미터인 셈이어서 임직원들은 파주 단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주 공장의 성공 없이는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세계 LCD 시장에서 회사 비전인 `World's No.1 LCD Company'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주 LCD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감은 인근 도로명 개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파주시측은 자유로에서 낙하IC를 지나 클러스터로 가는 길목의 군도 3호선 5.9㎞ 구간의 확장(왕복 2차선→4차선) 공사가 끝나는대로 다음달 중순께 도로명을 `LG로'로 명명, 새롭게 개통할 예정이다. LG필립스LCD는 지난해 3월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떴으며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총 5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7세대를 비롯, LG필립스LCD의 파주 차세대 공장이 들어서는 50만평 부지와 협력업체 단지 60만평 등 총 110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산업 단지로 `위용'을 갖추게 된다. LG필립스LCD 부지내 실제 공장 부지는 30만6천평 규모로 구미 사업장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큰 셈이다. LG필립스LCD는 삼성과의 7세대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파주 양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부심하고 있으며 LG필립스LCD-일본 NEG의 합작사인 파주전기초자(PEG)를 시작으로 당동.선유 지구내 협력단지 조성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가동이 본궤도에 오르면 구미는 모니터, 노트북, 휴대폰용, 파주는 대형 TV용 중심 사업장으로 집중 육성, 각각 IT와 디지털 가전 중심의 이원화된 생산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LG필립스는 안양연구소의 일부 기능을 파주로 이전하고 산학협력을 적극 유치, 클러스터내에 R&D 파크를 비롯한 대규모 R&D 단지 구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허용 시기가 늦어지면서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 LG 계열사 4곳의 클러스터 `합류'가 지연, 일각에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상무는 "세계 LCD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패널 경쟁력만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부품, 소재, 세트 등이 어우러진 총체적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파주 클러스터는 각 부문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로 LG필립스LCD의 경쟁력을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들어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