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이면 구속 한 달째를 맞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호소해 수사일정상 급피치를 올려야 하는 검찰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간 대우 임직원과 대우의 해외금융기관 BFC(British finance Center) 담당 임직원, 위장계열사 관계자 등 하루에 7∼8명씩을 줄줄이 소환해 객관적 물증을 확보해 온 검찰로서 중대 장애를 만났기 때문이다. 김씨를 상대로 BFC 자금의 용처와 재산은닉 여부 등을 직접 추궁해야 할 시점에 고령(만 68세)의 김씨가 심장질환과 장폐색증,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검찰이 예정된 조사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속 당시 구치소 병사(病舍)가 아닌 일반 사동에 수감돼 `건강이 그럭저럭 괜찮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던 김씨는 구속 일주일 만에 고혈압에 탈진증세가 겹쳐 예정된 조사가 취소되는가 하면 이달 8일에도 장폐색증으로 조사가 취소됐다. 과거 위 절제 수술을 받아 사실상 장(腸)이 위 역할을 해야 하는 김씨는 음식물이 때때로 장을 막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검찰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김씨를 주말 이틀간 소환하지 않고 사흘만에 부르긴 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김씨 본인이 입원치료 등을 직접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찰로서는 피의자가 뻔히 환자인 줄 알면서 병원에도 보내지 않고 계속 수사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과 `인권수사' 경쟁을 벌이는 마당인데다 재계에서 김씨를 선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점도 검찰이 수사속도 조절 여부를 놓고 의식하는 부분이다. 김씨에게 `만일의 사태'가 생길 경우 검찰이 `피의자 인권보호' 문제로 곤혹스런 처지에 빠질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이 김씨의 `입'을 통해 확인돼야 하는 시점에서 수사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우선 병원에 입원 조치한 뒤 수사기간을 당초 예정했던 7월 말∼8월 초보다 늘리는 방안도 고려중이지만 이 또한 그렇게 쉬운 방안은 아니다. 수사팀이 한창 열의를 갖고 `세게 밀어붙일 때'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면 결국 `김빠진' 수사를 하게 되고 "공소시효나 범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대우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검찰의 당초 의지도 퇴색할 우려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상이 심해지면 입원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럴 경우 수사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다. 김씨가 스스로 출국배경과 대우몰락 배경, 그리고 각종 의혹의 진실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5년8개월의 해외도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할 당시 "책임지겠다"고 발언한 `대국민 약속'을 과거 대한민국 재계 2위 그룹의 보스답게 스스로 이행하는 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묘안이라는 게 검찰의 바람인 셈이어서 향후 김씨의 태도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