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구조조정은 가슴으로 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겁니다." 레이프 요한슨 스웨덴 볼보그룹 회장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지난달 22일 스웨덴 고텐버그에 위치한 볼보그룹 본사에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4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그의 답변은 구조조정의 성과만큼이나 명료했다. 1997년 취임한 요한슨 회장은 1998년 삼성중공업의 굴삭기 사업부문을 5억7000만달러에 인수하고 이듬해인 1999년 볼보 승용차를 미국 포드자동차에 65억달러를 받고 팔면서 볼보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주인공.당시 볼보 승용차는 스웨덴의 국민기업으로 인식돼 사내외에서 매각 반대여론이 비등했던 터.요한슨 회장은 핵심사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옳았으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1999년 승용차 사업부문을 포드에 판 것은 사내외 정서로 봤을 때(in the heart)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in the head) 판단했지요. 볼보 승용차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0.8%였고 업계 순위가 23위로 꼴찌였습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승용차 사업부문을 매각한 자금을 트럭 및 버스 등 상용차,굴삭기 등 건설기계,디젤엔진 등 상용 엔진부문에 집중 투자한 결과 기대했던 효과를 봤다. "그룹 내 비중이 30∼40%에 달한 승용차 부문을 팔고 트럭 버스 굴삭기 디젤엔진 등 경쟁력 있는 부문으로 힘과 자원을 모으기로 했어요. 덕분에 유럽에서 볼보의 트럭 및 버스부문 시장점유율은 당시보다 두 배로 높아졌습니다. 북미에서는 디젤엔진 연간 판매량이 7만대에서 20만대로 3배 가까이 늘어났지요." 요한슨 회장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사과나무 키우기에 비유했다. "최고경영자에게 품안의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썩은 사과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이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과나무를 옮겨심는다는 심정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했어요. 삼성에서 굴삭기 사업부문을 사들여 우량한 사과나무(볼보건설기계코리아)로 키우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만나 이런 마음을 주고 받은 결과지요. 삼성 입장에서도 그룹에서 썩은 사과를 제거한 게 아니라 볼보가 잘 키울 수 있는 사과나무를 매각한 것이라고 봅니다." 볼보는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건설기계부문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스웨덴에 있던 굴삭기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그룹 굴삭기 사업의 생산 및 연구개발 거점으로 격상시킨 것도 같은 맥락. 요한슨 회장은 거대한 중국시장의 급성장에 밀려 한국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그룹의 굴삭기사업 거점으로 계속 유지시킬 겁니다.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 등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는 그룹의 핵심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더 이상 사업부문을 팔 계획은 없으며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관련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텐버그(스웨덴)=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