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에게 임기라는 것은 없습니다.한 번 선출되면 무조건 몇 년간 자리를 꿰차는 정치인과는 다르지요.새로운 가치와 부를 창출해 주주와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CEO의 임기는 끝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추락하던 일본 닛산자동차를 회생시킨 '경영의 달인' 카를로스 곤이 이번엔 닛산의 모기업이자 프랑스 거대기업인 르노의 지휘봉을 잡았다.그의 공식 직함은 르노 사장 겸 닛산자동차 회장.그에 거는 르노 주주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는 자신도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새로운 가치와 부를 창조해 '너무나도 유럽적인 르노'를 '글로벌 르노'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다. 곤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르노'의 중요한 거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르노가 잠재력이 큰 한국과 아시아에 진출한 건 적절한 전략이었다고 본다"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중동지역은 어느 곳보다 빠른 성장을 이룰 지역이라는 것.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다만 르노 CEO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국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며 새로운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1월 한국을 방문할 때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 시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금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닛산이 미국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르노의 몫이라면서도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일류 자동차회사가 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 진출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곤 회장은 르노의 CEO로서 세 가지 포인트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가 외형을 늘리는 것이고,다음이 영업이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가총액을 늘려 시장의 신뢰를 받는 것.르노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닛산의 사례처럼 대규모 인력 감축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도 변화의 필요성은 강조했다. 르노가 유럽시장에 너무 치우쳐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르노가 유럽에 머무른 회사란 건 오히려 기회"라고 답했다. '너무나 유럽적인 회사'였기 때문에 유럽을 벗어나고 싶었고,그래서 닛산과 제휴를 맺고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르노가 자신을 CEO로 임명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추진해 온 글로벌화를 한층 더 심화해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만약 르노가 유럽기업으로 남고자 했다면 다른 CEO를 선임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분야의 기업이건 성공 여부는 '의욕에 찬 직원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신의 'CEO론'을 펼쳤다. 직원들의 사기가 충천한 곳은 강한 기업이 되고,직원들이 의욕을 상실한 업체는 약한 기업이 된다는 것.따라서 직원들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의욕을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CEO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며 르노와 닛산을 경영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질문에는 즉각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획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수첩에는 향후 18개월치의 스케줄이 짜여 있다며 업무의 우선 순위와 전략을 명확히 해 자신의 스케줄이 100% 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리=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