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돌입한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반도체의 옛 4개 하청업체 노조원들의 농성이 30일로 꼭 6개월에 접어든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이닉스와 노조원들의 '메아리없는' 공방만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청노조원들은 노조 설립, 원청업체(하이닉스 등) 교섭 촉구 및 불법 파견근로를 외치며 벌인 파업, 하청업체의 직장폐쇄 등 일련의 사태 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하이닉스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민주노총 등과 연계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충북도청 입구에서도 농성중이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하이닉스 대량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도지사의 중재를 요구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100명 정도의 노조원들이 교대 농성을 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실업급여도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은 앞서 청주지방노동사무소가 불법파견 여부를 가려달라는 진정에 대해 한 업체의 수행업무 일부에 대해서만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데 불복, 재진정을 한 상태다. 그런데 하이닉스도 불만이 '폭발 직전'이긴 마찬가지다. 5년여간 뼈를 깎는 고통끝에 경영정상화를 이뤘지만 하청노조원들의 불법 시위로 물적 피해 등 심각한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노총이 하이닉스를 비정규직 문제의 전략적 사업장으로 삼고 있다는 성난 목소리도 들린다. 하이닉스측의 주장은 하청업체 근로자와의 노사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과 원칙으로 요약된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29일 '대외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e-메일로 지역 언론사 등에 발송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고용승계(최종 원총 직고용)를 요구하고 있으나 적법한 도급관계에 있는 신규 하청업체에 고용승계를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하청회사의 노사 문제에 원청회사가 개입할 경우 경영권을 침해하게 돼 경제질서가 파괴된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관계가 없는 구 하청노조원들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이다면 하이닉스가 쌓아온 노사관계의 대원칙이 무너지게 된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하청노조측 관계자는 "법 테두리 운운하지만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라며 "요구 사항을 들어보고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하청노조원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재점검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