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지금과 달리 한국인 관광안내인의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 가이드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현지를 떠나는 가이드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현재 베트남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수는 600여명으로 이 가운데 450여명이 수도 하노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진출 한국여행사 관계자는 추산했다. 하노이에 가이드가 밀집한 것은 하롱 베이, 땀 꼭 등 최근 한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관광명소가 주변에 많기 때문. 가이드들 가운데 50% 가량은 태국에서 '원정'온 경우로 이들은 작년 12월 쓰나미 사태로 태국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이드들은 1개월이나 6개월짜리 관광비자를 얻어 일해왔다. 특히 작년 7월부터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비자없이 15일까지 현지를 관광할 수 있도록 한 뒤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수는 전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다 쓰나미 반사이익까지 겹치면서 동남아의 관광대국 태국 대신 베트남으로 한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가이드들은 한동안 '물 좋은' 생활을 했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이드들은 가라오케, 발마시지, 선상횟집, 토산품상점 등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하면서 최고 50%까지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바가지요금이나 강제 구매 요구 등으로 인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잡음은 결국 베트남 정부가 단속에 착수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관광청 등 일부 부처들은 베트남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씀씀이'가 큰 한국인 관광객의 유치를 확대해야 하는 데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인수가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해 한국인 가이드의 활동을 묵인했다. 한국인 가이드들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경고를 발동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말부터다. 상당수의 가이드들이 싸구려 여행상품에 따른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무리하게 상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심지어는 가라오케로 안내한 뒤 공공연히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미지 실추와 풍속 저해를 우려한 현지 경찰이 실태 파악에 나서게 됐다. 실태 파악 결과 현지 경찰은 소문의 상당 부분이 사실이라는 점을 중시해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가이드의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태국 등 제3국에서 몰려온 가이드들을 중심으로 무리한 행위가 계속되자 경찰은 집중단속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특히 지난달 하노이의 한 한국 가라오케에서 고객들과 여종업원들 사이에 성매매가 이뤄진 현장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알선꾼'으로 지목된 가이드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파악했던 가이드들 가운데 잡음을 일으킨 적이 있거나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 대해 비자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또 재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가이드의 경우 아예 '입국불가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진출 한국여행사 관계자는 "가이드들에 대한 비자 연장 거부로 고객 서비스 면에서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일부 여행팀은 한국인 가이드가 없어 관광이 엉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베트남측의 단속 움직임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가이드들이나 이들이 소속된 여행사들이 귀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뒤늦게 이들로부터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지원 요청이 오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