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공격야구로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빅3'로 꼽혔던 LG 트윈스가 올 시즌 중반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이순철(44) 감독이 이끄는 `쌍둥이 군단'이 22일 기아에 3-5로 고배를 마시며 2연패에 빠져 지난 4월6일 이후 무려 77일 만에 꼴찌로 추락한 것. 지난 달 중순만 해도 4위로 4강권을 고수했던 LG가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며 급기야 최하위로 내려앉은 건 `부상병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주전급이 대거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데다 믿었던 외국인선수마저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 가장 심각한 건 부상.부진 선수 속출로 붕괴 직전에 놓인 선발 마운드. 올해 선발로 전환한 진필중이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시즌 3승(6패)만을 기록하고 지난 12일 1군에서 제외됐고 선발 요원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은 김광삼(2승)도 지난 5일 2군행 이후 소식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소방수로 활약하던 신윤호가 불을 지르자 장문석마저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 `돌아온 에이스' 이승호(1승)와 최원호(6승), 김민기(2승), 유택현, 박만채로 선발 로테이션을 근근이 꾸려가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뒷문은 장문석이 믿음직하게 지켜줘 다행이지만 불펜진의 경헌호와 장진용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져 있고 신윤호도 22일 2군행 짐을 싸 정재복과 민경수, 송현우 등 영건들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현역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평가받는 `앉아쏴' 조인성마저 빈약한 공격력 때문에 지난 19일 2군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백업요원 김정민에게 마스크를 맡겨 투수 리드와 주자 견제 등 수비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공격도 마운드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주전 1루수 서용빈은 한달 넘게 2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내야수 박경수와 안상준도 부상.부진 속에 1군 엔트리에서 이름이 빠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팀 컬러인 공격야구의 전도사로 영입했던 루벤 마테오는 `공갈포'로 판명나 지난 16일 방출했고 또 다른 용병 타자 루 클리어도 오른쪽 발목 부상을 이유로 열흘 이상 결장이 불가피, 전체적인 타선의 중량감이 떨어졌다. 실제로 이달 들어 1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5득점에 그치며 월간 팀 타율도 0.226까지 떨어져 팀 방어율 4.15의 허약한 마운드와 맞물려 6월 6승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 이유가 됐다. 이순철 감독은 "올 시즌 한번도 주전 9명을 풀가동한 `베스트 9'으로 경기를 하지 못했다.마테오 대체 용병으로 투수를 뽑을 생각이지만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투.타의 총체적 부실 속에 용병투수 1명이 영입되기 전까지 조만간 전력이 업그레이드될 소지가 없어 이순철 감독의 얼굴에 가득한 수심이 금방 걷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