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슬럼프는 가라"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있던 '헤라클레스' 심정수(30.삼성)가 호쾌한 홈런 2방으로 슬럼프를 훨훨 털고 재도약의 힘찬 시동을 걸었다. 심정수는 21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05 프로야구 현대와의 경기에서 3회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것을 포함해 홈런 2방을 몰아치며 팀의 12-0 완승에 앞장섰다. 컨디션 난조로 지난 주말 2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충격을 맛본 심정수는 이날 3경기 만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0-0으로 맞선 3회 2사 2루에서 최근 페이스가 좋던 상대 선발 손승락과 마주해 중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중심 타자의 이 홈런 한방은 팽팽하던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삼성 쪽으로 가져오며 그동안 집단 슬럼프에 빠졌던 팀 타선이 폭죽처럼 폭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심정수 개인으로서도 지난 6일 광주 기아전 이후 무려 보름 만에 터진 이 홈런포는 실종된 '거포본색'을 되찾고,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한 것. 심정수는 9-0으로 크게 앞선 6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우완 이동학의 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을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장외 홈런을 터트리며 확실한 부진 탈출을 알렸다. 심정수가 한 경기 2개 이상의 '멀티 홈런'을 쏘아올린 것은 올 시즌 처음. 심정수는 이날 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홈런 14개로 송지만, 이숭용(이상 현대), 이범호(한화)와 함께 홈런 더비 공동 2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현대를 떠나 4년간 최고 60억이라는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트리며 프로야구 '연봉 킹'으로 등극한 심정수는 4월과 5월엔 3할 이상의 고타율에 매월 홈런 6개, 5개 및 23타점씩을 올리며 토종 거포의 위력을 마음껏 뽐냈다. 심정수라는 확실한 공격 엔진을 얻은 삼성 역시 이 기간 '무적함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서운 질주를 계속하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하지만 심정수가 6월 들어 48타수 6안타, 타율 0.125, 5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추락하자 적수가 없을 것 처럼 보였던 삼성 역시 투타의 불균형이 겹치며 2위 두산에 반게임 차로 쫒기는 처지로 전락했었다. 심정수의 부활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나왔기에 삼성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 불안한 1위를 지키던 삼성은 이날 심정수의 홈런 2방을 포함해 선발 타자 전원 안타 등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대구구장 6연패의 사슬을 끊고 2위 두산과의 승차를 1.5게임차로 벌려 한숨을 돌렸다. 심정수는 경기 후“그동안 허리가 좋지 않아 밸런스가 많이 무너졌는데 며칠 쉬는 동안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면서 "그동안 팀 타선이 부진해 중심타자로 부담감을 많이 느꼈는데 오늘 경기로 마음이 한층 홀가분해 졌다"고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