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의혹이 불거진 이후 미 행정부와 의회의 집중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유엔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수감자 학대의혹을 비판하며 오랜만에 미국 공격에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스테판 두자릭 부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장 아르노 아프가니스탄 주재 유엔특사가 전날 카불에서 미군의 포로 학대 의혹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음을 상기시켰다. 두자릭 부대변인은 "아르노 특사가 다국적군의 포로학대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아르노 특사는 `그런 처우는 절대 용인할 수 없으며,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아르노 특사는 이어 아프가니스탄 인권위원회가 연합군 시설을 포함, 문제의 교도소를 조사할 수 있도록 접근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두자릭 부대변인은 덧붙였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와 의회는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의혹이 표면화된 이후 유엔의 방만한 운영을 비판하면서 아난 총장 퇴진론을 포함, `유엔 때리기'를 계속했으나 유엔은 미국에 대해 이렇다할 반격을 가하지 못해왔다. 두자릭 부대변인은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평은 없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아르노 특사의 논평이 유엔이 그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며 더이상의 확전은 피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카불 북쪽 바그람 공군 기지에서 아프간 수감자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2천쪽짜리 군 기밀 보고서를 인용, 미군의 학대 행위가 있었다고 보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비밀보고서를 인용, 2명이 사망한 뒤 군 검시관들은 이들이 둔탁한 충격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진단하고 목격자들 사이에서 미군이 수갑을 채운채 이들의 허벅지를 반복해 가격했다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 없이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고 밝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