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산편성 방향을 놓고 대립의 날을 세워가고 있다. 24일부터 열리는 국회 예결위를 앞두고 분배중시 정책과 재정확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과 성장우위 정책과 감세를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 정책이념과 방향을 둘러싸고 내연해온 여야의 갈등이 예산심의를 계기로 표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 분배냐 성장이냐 = 내년 예산안과 2005-2009 국가재정운용계획의 편성방향을 둘러싸고 `성장 대 분배' 논란이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견상 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당은 분배, 한나라당은 성장 쪽에 무게를 두는 정책적 차별화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이미 지난 9∼11일 당정협의 과정에서 분배우위의 정책기조를 선명히 드러냈다. 분배주의 정책과 직결되는 복지예산을 5년간 연평균 9.3% 증액 편성, 전체 재정지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40%에 그치고 있는 복지예산 규모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어렵다는게 증액의 배경이다. 반대로 성장정책과 관련된 SOC(연평균 1.2%), 산업.중소기업(" 2.7%), 정보화(" 1.2%) 분야의 예산은 거의 제자리에 묶어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며 선(先)성장-후(後) 분배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경제수준으로 볼 때 복지에 치중하기 보다는 서로가 나눠먹을 수 있는 파이(Pie)를 키우는게 더 시급하다는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복지.국방예산을 연 평균 예산증가율인 6%대로 축소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대신 정부가 정보화 분야와 정보기술(IT).중소기업 창업지원, 청년실업 해소 등 당장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곳에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양당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점도 있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기본적 투자인 연구.개발(R&D)분야는 양당 모두 대폭 증액을 외치고 있다. ◇ 재정확대냐 감세냐 = 우리당은 복지예산 증액에 따라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늘리고 재정규모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당은 이에 따라 20%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1∼2% 포인트 상향조정하고 국내총생산(GDP) ±1%내로 제한돼있는 재정운영 폭을 GDP ±2%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운영 폭 확대는 상황변화에 따라 써먹을 수 있는 경기진작용 `실탄'을 충분히 확충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복지재정을 늘리려고 세금을 쥐어짜고 국가재정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예산편성 계획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현 시점에서는 국민들의 세부담을 과감히 줄이는 감세정책이 시급하고 재정지출 규모는 오히려 적정수준으로 줄여 균형재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김정부(金政夫) 의원은 "국민부담을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편성과 재정운영 계획이 짜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