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간부가 비리에 잇따라 연루돼 노동계의 도덕성이 추락하면서 노동현안에 대한 운신의 폭도 줄고 있다. 올해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노조와 부산지역 항운노조의 직원 채용관련 비리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최상급 단체인 한국노총 고위 간부까지 비리 혐의를 받고 있어 노동계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로 인해 노동계의 도덕성 실추로 인한 `제 발목 묶기'는 물론 최근 복원된 노사정 대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노동계, 잇단 비리연루에 도덕성 추락 = 노동조합 간부들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꼬리를 물며 노동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은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련)의 전ㆍ현직 간부 3명이 노조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 수재)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부산과 인천의 항운노조 간부들에 대한 직원의 인사 채용 비리와 관련된 수사를 통해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모두 23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마침내 항운노조는 지난 6일 항만노무체계 관련 노사정 3자가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노사정 협약서'를 체결, 부산과 인천지역 항만분야 노무공급권을 하역회사에 넘겨주기로 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또한 지난 1월 기아차 광주공장 직원 채용비리와 관련 노조간부는 물론 인사노무 담당자까지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노조는 `채용 장사'를 하고 받은 돈을 차기 노조 지부장 선거자금으로 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달 22일에도 창원지검이 버스 운전기사 채용비리 혐의로 마산버스노동조합 간부를 구속하는 등 노조 간부들의 비리연루 사건이 잇따랐다. ◆운신폭 줄고 노사정 대화에도 악영향 = 노동계의 도덕성 추락은 노동현안에 대한 입지를 좁히고 모처럼 복원된 노사정 대화에도 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권 사무총장은 노사정위원회 본위원회(기관ㆍ단체장급회의)의 주요 의제를 사전 검토하고 조정하는 상무위원회 근로자 대표이자 지난달 국회에서 벌인 비정규직법 실무협상 대표로 활동해왔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에서 권 총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는 노사정 대화의 주축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계의 신뢰성이 추락하면서 노사정 대화 자체의 의미도 평가절하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노동계는 아울러 노동현안 대처에서 정부나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이나 `투쟁'에 있어서 입지가 좁아져 운신폭이 줄어드는 부담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이번 주부터 노사관계 선진화방안(로드맵)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가동 예정인 노사정대표자회의 실무회의도 운영위원회에 권 총장이 포함돼 있어 회의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사정위 김원배 상임위원은 "권 총장 관련 검찰수사에 대해 사실을 확인 중"이라며 "검찰 수사가 계속될 경우 대행체제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어렵게 재개된 노사정 대화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