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여제자를 성추행한 사실을 교수의 실명과 함께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한 여성단체 대표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공익성이 있는 행동은 유죄로 단정해선 안된다"는 이유로 일부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1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대구 여성의전화 전 공동대표 김혜순(50.여) 교수와 현 대표 이두옥(52.여)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씩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공인의 공적 활동과 관련있는 사안에 관해 진실을 공표했다면 원칙적으로 공익성을 인정해야 하며 행위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익적인 이상 개인적인 비방 목적이 다소 포함돼있다 해도 명예훼손죄의 면책요건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내 성폭력은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안으로 순수한 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며 특히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려는 민간단체 대표인 피고인들이 L교수에 대한 개인적 감정 없이 객관적 사실과 요구사항 등을 적시한 이상 성범죄 공개로 인한 명예훼손 정도가 심하다 해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K교수가 술에 마취약을 넣어 먹인 뒤 조교 A씨를 강간했으며 상습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데 대해서는 이들이 별도의 조사 없이 판결이 선고되기도 전에 A씨 말만 듣고 이같이 공개한 점을 들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했다. 김 교수 등은 2000년 8월 지방 국립 K대 L교수의 여제자 성추행 사실을 실명과 함께 대구 여성의전화 홈페이지와 소식지 등을 통해 공개한 혐의 및 같은해 10월 같은 홈페이지에 지방 사립 K대 K교수가 조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자 술에 마취약을 넣어 먹인 뒤 성폭행했다는 등의 내용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두옥 대표는 "무죄 취지 판결부분은 수긍할 수 있지만 K교수가 조교를 강간한 것이 명백한 사실인데도 약을 탔는지 여부 등 지엽적 부분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을 인정한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피해자와 충분히 상담한 뒤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만 게재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