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들은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새 교황으로 선출된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PTI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통신은 판잣집으로 뒤덮인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에서부터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아프리카의 먼지투성이 마을에 이르기까지 개도국이 처한 위기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황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콜롬비아 페레리아의 아이스크림 상인인 알폰소 메르카도는 "더 젊고 새로운 사고를 가졌으며 경우에 따라 우리와 같은 검은 피부색을 가진 교황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지인 페레리아의 주민들은 현지에서 22년간 설교활동을 펼쳐온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 추기경이 교황에 오르기를 기대했으며, 이처럼 세계 개도국 진영에서는 어느 누구도 개도국 출신이 교황이 되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이 통신은 밝혔다. 테구시갈파에 사는 가정주부인 글로리아 바즈쿠에즈는 새 교황 선출을 축하하기 위한 미사에 참여하려고 나서면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라틴아메리카에서 교황이 배출됐어야 하는데..."라고 중얼댔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노숙자와 고아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줄리오 란셀로티 신부는 새 교황 선출 소식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우리 신부들에겐 선택권이 없는 만큼 조용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PTI는 개도국 진영에서도 특히 세계 가톨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미에서 새 교황에 대한 실망감이 강하게 표출됐으며 이는 자신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줄 교황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