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에 찔려 곧바로 사망하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7부(고영한 부장판사)는 20일 성관계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옛 동거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병원 치료도중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모(50)씨에 대해 "피고인의 살인죄가 인정된다"며 원심과 같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때문에 피해자가 바로 숨진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수술하다 직접적 사인(死因)인 기관지 협착증 및 호흡곤란이 생겼으므로 수술후유증과 사망간에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만큼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범행으로 상대가 숨질 수 있다는 점은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살인의 고의가 있는 것"이라며 "흉기로 피해자를 수차례 잔혹하게 찌른 뒤 구호조치 없이 도망친 피고인에게는 원심의 형량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해 5월 옛 동거녀 Y씨를 경기 시흥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관계를 갖던 중 `적극적인 관계'를 회피한다는 이유로 Y씨의 복부와 목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목 부위에 정맥이 절단된 채 병원으로 옮겨진 Y씨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기관(氣管)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고 두달여 뒤 퇴원했지만 기관지가 좁아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후유증이 심해지면서 재입원했고 패혈증까지 겹쳐 같은해 8월 숨졌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