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색상도 화려한 모양의 새 은행권이 도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화폐의 인물 도안은 세종대왕과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기존의 인물들이 그대로 유지된다. 17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위.변조 방지기능을 대폭 보강한 새로운 은행권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도입키로 했다. 당초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의 은행권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위.변조 방지 기능만 추가한 부분적인 개선만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은행권 도안이 지난 1983년 도입된 후 그동안의 부분적인 위.변조 방지장치를 추가해오면서 은행권 자체에 새로운 첨단 위.변조 장치를 추가할 여백이 남아 있지 않아 한은이 제시한 방안대로 전면적인 도안 교체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현재 5천원권의 위조지폐가 급격히 증가하는 점을 감안, 새 은행권 도입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자칫 뜨거운 논란과 함께 국론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는 인물 도안의 교체 방안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새 은행권은 기존의 인물도안을 그대로 둔 채로 첨단 위.변조 기능을 대폭 보강하고 은행권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 도입될 은행권은 사용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크기를 현재보다 대폭 줄이는 한편 단색 위주의 컬러에서 탈피, 지금보다 훨씬 화려한 색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폐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인데다 사용의 편리성 측면과 지폐 제작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자동판매기 등에 지폐를 사용할 때 지폐의 크기가 작을 수록 지폐인식 실패율이 낮다는 것도 규격축소의 이점이다. 현재 1만원권의 크기는 가로 161㎜, 세로 76㎜이지만, 전세계 은행권의 평균크기는 가로 148.0㎜ 세로 70.5㎜로 훨씬 작은 편이다. 또 현재 1만원권은 녹색계열, 5천원권은 황색계열, 1천원권은 주황색 계열로 비교적 단순한 색상을 채택하고 있으나 새 은행권은 각 권종마다 다채로운 색상을 고루 적용, 화려한 모양을 하게 된다. 한은은 "각국의 은행권은 전반적으로 멀티컬러에 밝고 화려한 색상을 사용하는 추세이며 녹색과 보라색이 가장 선호되는 색상"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색조로 화려한 디자인을 채택할 경우 위조지폐범들이 미묘한 색상의 차이까지 그대로 모방한 위폐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어 그만큼 위폐방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위조방지 장치로는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와 색상이 달라지는 시변각장치인 홀로그램의 적용이 확실시되며 이밖에 요판인쇄와 은화, 미세문자, 앞뒤판 맞춤 형상, 형광잉크 적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