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목격됐던 `실용주의 대 개혁노선'의 상호 견제구도가 새 지도부 구성 후 4일 처음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도 부분적으로 재연됐다. 영등포 당사에서 새 지도부를 비롯해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와 원혜영(元惠榮)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집된 상임중앙위원회는 상견례 성격이 강했지만,지명직 상임중앙위원 인선을 둘러싸고 미묘한 견제분위기가 감지된 것. 이날 처음으로 상임중앙위원회를 주재한 문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한 말씀을해야 하는데 의무적으로 말을 한다는게 어떻게 보면 고문에 가까워요"라며 농담을던지는 등 분위기를 가벼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문 의장은 이어 "참여정부의 성공이야 말로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선진국가가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조국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며 "2기 지도부는 참여정부 성공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 의장에 이어 정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비롯한 새 지도부에 대해 "진심으로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냈고, 염동연(廉東淵) 상임중앙위원은 "문희상 의장을 적극보좌하고, 당 지도부의 1인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재야파인 장영달(張永達) 상임중앙위원이 마이크를 넘겨받는 순간 분위기가 급변했다. 장 위원은 "(기자들로부터) 2명의 임명직 상임중앙위원을 어떻게 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운을 뗀뒤 "문 의장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상임중앙위원과 협의를 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의장이 지명하는 2명의 임명직 상임중앙위원 인사와 관련, 문 의장이 이미 김명자(金明子) 홍재형(洪在馨) 의원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파다한 상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장 위원의 발언은 문 의장에게 임명직 상임중앙위원 인사는 당헌대로 상임중앙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회의를 주재하던 문 의장의 표정도 일순 굳어졌다. 장 위원은 "(인사는) 사람 중심으로 하는게 아니라 원칙과 기준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민주적인 당운영을 해나가면 우리당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동반성공하는 지도부가 될 것"이라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분위기가 급변한 상태에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다변가' 유시민(柳時敏) 위원은"감사드린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라는 간단한 두 문장으로 인사말을 갈음,`발톱'을 감췄다. 홍일점 선출직 상중위원인 한명숙(韓明淑) 위원은 개인사정으로 이날 회의에는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문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창당이념을 뿌리내린 노고에 대해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을 비롯한 1기 지도부에 감사드린다"며 "2기 지도부의 과제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창달시켜 운용면에서도 완벽하게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문 의장은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에 대해 애도의 뜻을밝히면서 "그 분은 현장을 중심으로 가톨릭 권위의 틀을 깼는데 이는 우리나라 정치계 현실에도 맞는 것 같다"며 "현장정치에 가장 앞서나가면서 그 분의 뜻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